전체뉴스

[스페셜인터뷰2편]KFA 김판곤 위원장 "벤투, 아직 잘한다고 칭찬할 필요없다"

박찬준 기자

입력 2018-12-13 00:15

수정 2018-12-14 12:35

more
KFA 김판곤 위원장 "벤투, 아직 잘한다고 칭찬할 필요없다"
대한축구협회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인터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약 1년 전, 대한축구협회(KFA)는 김판곤(49·부회장 겸임)을 초대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축구팬들의 맹비난 속에서 협회 수뇌부에 큰 폭의 인적쇄신이 필요했던 상황. KFA 수장 정몽규 회장은 '비주류' 김판곤을 선택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홍콩 대표팀 감독(기술위원장 겸임)을 맡고 있었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 중책을 맡은 김판곤 위원장은 소신행보를 펼쳤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어느덧 2018년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구한 구세주란 호평을 받고 있다.

성과가 이를 입증한다. 개혁의 선봉에 선 그가 뽑은 '비주류' 김학범 감독은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극적인 명승부를 연출하면서 우승했다. 아시안게임 이후 한국 축구에는 봄이 왔다. 집 나갔던 팬들이 돌아왔다.

A대표팀도 축구 열기에 가세했다. 러시아월드컵 이후 영입한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은 빠른 시간에 연착륙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치른 6번의 A매치에서 3승3무 무패행진을 달렸다.

'갓판곤'이라는 애칭까지 생긴 그를 최근 서울시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만났다. 김판곤 위원장은 올해를 돌아보면서 신태용 감독과 벤투 감독 그리고 김학범 감독 등 수많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조심스러웠고, 때론 확신에 차 있었다. 그리고 자기와 관련된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인터뷰 기사 1편에서 이어집니다>

-함께 일하고 있는 벤투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을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월드컵 예선도 본선도 4년을 했다. 그 자리에 어울리는 실력과 인품을 갖췄다. 캐릭터를 볼 때 신중하고 성실하다. 일의 질도 좋지만 양도 많다. 이분과 이분의 팀이 정말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분석하고 또 준비하는 과정을 보는데 그 바탕에는 확실한 철학이 있다. 벤투 감독은 자기 팀을 5명의 테크니컬 팀이라 한다. 한국인 2명이 포함된 지금은 7명의 테크니컬팀이라 한다. 이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이런 플랜, 그리고 이런 훈련이 필요하다는 전략이 수립돼 있다. 그래서 흔들림 없이 가고 있다. 노하우가 없다면 대표팀은 힘들다. 현재 FIFA A매치 시스템을 보면 유럽에 있는 태극전사가 아시아로 와서 9일 안에 두 차례 A매치를 하게 된다. 9일을 준비하기 위해 그 전에 준비를 많이 한다. 우리 선수들의 소속팀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이 어떻게 했는지를 보고, 비디오 리스트를 만들어 살핀다. 그것도 그냥 보는게 아니라 어떤 경기를 어떻게 봤다, 직접 봤는지, 간접적으로 봤는지 리포트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 선발을 했다고 리포트를 해온다. 어떤 선수를 어떤 코치가 봤다는 리포트를 한다. 마지막으로 토의를 하고 몇시간 동안 다양한 코멘트를 나눈 뒤 선발한다. 정말 세심하다. 시스템이 있다. 9일 동안 어떻게 훈련하고 회복하고, 이 경기를 위해 어떻게 준비하는지 준비가 잘 되어 있다. 그래서 빠른 시간 내 연착륙한 것 같다. 물론 축구는 이것만으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고,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어떻게 경기 흐름을 바꾸고, 경기 후에 어떻게 멘탈을 잡을 것인지 등이 있다. 하지만 아직 잘 한다고 칭찬할 필요 없다. 더 지켜봐야 한다. 위기 극복을 어떻게 하는지, 어려움이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봐야 한다. 선수들에 대한 평가나 언론을 대하는 철학이 확고하다. 누구를 탓하지 않고 또 결과를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지난 11월 호주전(1대1) 비긴 것에 대해서도 공정한 결과라고만 했다. (당시 오프사이드 논란이 일었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실점해 아쉽게 비겼다) 어떻게 미디어를 대할 지 안다. 특별한 구설수가 없다. 인터뷰를 보고 참 노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벤투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은.

▶처음에 만난 곳은 스페인 마드리드였다. 두번째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가서 만났다. 그때 당신이 갖고 있는 훈련프로그램도 제출해달라고 했다. '내가 볼 수 있나'라고 했더니 보여주더라. 그런 걸 토대로 해서 한단계 더 깊은 이야기를 했다. 축구 철학에 대해 주로 얘기했다. 협회는 능동적인 경기 스타일을 가지고 하려 하는데 그 철학을 들어보니까 자기도 '지배하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 다음에는 우리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보더라. 축구 얘기가 끝나고 우리 환경에 대해 물어보더라. 비행기는 전용기냐, 드론 띄울 수 있냐, 사무실 있냐 없냐 이런 걸 다 체크하더라. 아이패드에 체크리스트를 갖고 있더라. 내가 인터뷰를 했지만, 내가 인터뷰를 당하기도 했다. 나는 벤투 감독에게 우리 협회의 목표, 월드컵 8강,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출전, 아시아컵 우승 등의 목표가 있다고 했다. 벤투 감독이 확 땡기는 것 같더라. 함께 동석한 코치들도 적극적으로 묻더라. 벤투의 팀은 확실한 역할 분담을 하고 있었다.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중요한 첫 시험대가 펼쳐지는데.

▶토너먼트는 운도 따라야 한다. 우승이라는 것은 하늘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다 복합이 되어야 한다. 준비부터 여러가지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토너먼트가 주는 변수, 예를 들어 승부차기, 부상자, 레드카드, 환경적인 요인, 이런 여러가지를 극복해야 한다. 당연히 우승이 목적이지만 그 과정이 좋다보면 결과가 따라 올 것이라 생각한다. 준비 과정을 봤을 때 기대를 하고 있다.

-기성용 구자철 등 베테랑들의 국가대표 은퇴 얘기가 자꾸 나온다.

▶전적으로 감독이 판단할 권한이다. 감독께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판단하고 지원해야 한다. 상당히 신중히 접근하고 계시더라. 베테랑의 중요성을 많이 표현하더라. 팀에 노련한 리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더라. 그러면서 젊고 다이나믹한 패기가 조화되어야 한다. 몇 포지션은 나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신다. 이 두 선수는 꼭 봐야겠다고 해서 감독이 된 후 직접 통화를 하더라. 잘 판단하실거라 본다. 벤투 감독은 워낙 신중하고 노련하니까.

-이강인 정우영 같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끌고 갈 젊은 선수들에 대한 생각은.

▶협회 차원에서도 젊고 유망한 인재들이 잘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고,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어린 선수를 대표팀에 데뷔시킬 때 준비가 잘 돼서 (잠재력이) 터져야지 급하게 불러서 데뷔를 시켰는데 잘 안되면 빨리 사장된다. 정말 무르익고 좋을 때 성장시킬 수 있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여론에 떠밀리듯이 하다 보면 오히려 선수를 힘들게 할 수 있다. 여론이 꽂아버리면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감독이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벤투 감독이 11월 A매치 명단에서 제외한 이승우(이탈리아 헬라스 베로나)는 어떻게 되는 건가.

▶이승우는 FIFA U-20 월드컵 때도 봤고,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러시아월드컵도 봤다. 벤투 감독은 이 선수가 좋은 선수고 창의적인 선수라는 걸 인정한다. 감독 말 대로 이승우 포지션에 좋은 선수가 많다. 경쟁 차원이라 생각한다. 냉정하게 좋은 선수가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부분은 흔들림이 없다. 이것은 테크니컬팀이 맡을 부분이라고 하더라. 냉정하다.

-한국 축구가 어려운 상황에서 값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김학범 감독을 어떻게 평가하나.

▶사실 김학범 감독님을 선임할 때는 그 분이 걸어왔던 길에서 낸 결과를 봤다. 한풀 꺾이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상황이 좋지 않은 팀에서 결과를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당시 경기를 많이 봤다. 우리가 원하는 '지배하는 축구'를 하더라. 우리 철학과 맞더라. 그런 캐릭터나 상당히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어서 선임했다. 준비하는 과정을 보니까 상당히 세심하더라. 선발부터 보고 또 보고 선수 풀을 좁히지 않고 넓히더라. 훈련할 때도 저렇게 세심하게 하는거 보고 놀랐다. 아시안게임 준비하면서 환경이 어려운 게 많았다. 외국에서 선수들이 합류 못하는 어려움도 있었는데 한팀을 불러서 아예 같이 훈련하더라. 나는 그런 생각을 못한다. 아예 연습 경기용이 아니라 훈련 파트너를 부르더라. 세심하게 준비를 잘하더라. 분석해서 맥짚는 부분도 좋고, 좋은 감독님이시더라 싶더라. 책임감이 많았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꿈을 아예 포기를 하셨더라. '한국 사회가 나같은 비주류는 이름만 올리지 나는 들러리다' 이렇게 얘기하더라. 내가 감독님을 선임하다보니 그에 대한 책임감이 컸다. 객관성 공정성 이런 면에서 뽑힌 내가 못하면 하는 극도의 스트레스가 있더라. 국민들이 기대하는게 금메달이라 책임감이 상당했다.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저 강한 사람도 벤치에서 휘청휘청하더라. 저 부담감이 대단하구나 싶었다. 그런 걸 잘 극복하고 이겨내줘 감사했다. 온 열정을 다해서 준비하고 결과를 만들었다. 흔들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난적 우즈베키스탄을 8강서 빨리 만났고, 그걸 넘고 나서는 준결승과 결승을 생각 보다 쉽게 넘었다. 결과적으로 다 잘 됐다. 축구회관=노주환 박찬준 기자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Copyright sport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