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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인터뷰]'나은이아빠'박주호"스물셋 첫 태극마크와 서른한살 태극마크가 다른점"

전영지 기자

입력 2018-10-19 05:58

'나은이아빠'박주호"스물셋 첫 태극마크와 서른한살 태극마크가 다른점"


축구는 인생이다. 전쟁같은 그라운드에선 매 경기 희로애락이 이어진다. 두 번의 월드컵을 치른 9년차 국가대표, 베테랑 수비수 박주호(31·울산 현대)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항상 축구는 그렇다"며 웃는다. 올 한해도 어김없이 환희와 좌절이 교차했다. 다른 해보다 진폭이 조금 더 컸다. 2011년 스위스 FC바젤 진출 이후 독일 마인츠, 도르트문트… 7년간의 유럽 생활을 마감하고 가족과 함께 K리그 첫 구단, 울산 생활을 시작했다. 간절했던 러시아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조별예선 1차전 스웨덴전 전반 28분만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됐다. 이후 3개월여의 재활기간은 고통스러웠다. 혹독한 재활기간 중 고심끝에 출연한 육아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딸바보' 박주호와 영특한 딸 나은양(3)을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부상을 이겨낸 '슈퍼맨 아빠' 박주호는 지난달 말 K리그 제주전에서 복귀전을 치렀고, 10월 A매치 2연전, 벤투호 2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더니, 16일 파나마와의 A매치에서 38경기만에 짜릿한 데뷔골까지 신고했다. 31세 273일, 역대 3번째 최고령 A매치골을 터뜨린 후 18일 울산 훈련장으로 돌아온 박주호는 언제나처럼 담담했다. "항상 축구는 그렇다. 힘든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있다. 힘들다고 좌절할 필요도, 좋다고 들뜰 필요도 없다. 반복하고, 견뎌내고…, 늘 꾸준히 축구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야말로 꾸준하고 성실한 선수다. 2010년 1월18일 핀란드를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후 지난 8년간, 감독은 수없이 바뀌었건만 박주호는 한해도 거르지 않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선 와일드카드로 고(故) 이광종 감독의 선택을 받아 후배들과 첫 금메달을 합작했다.

수많은 감독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왼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하는 실력파 베테랑 멀티자원이자 '원팀'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고 희생할 줄 아는 '팀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박주호는 " 모든 선수들이 욕심을 갖고 있고, 돋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모든 선수가 그러면 '원팀'이 안된다"고 했다. "팀에는 돋보이는 선수들이 있고, 안보여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면서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가 있다. 저는 계속 그런 역할을 하려 노력했다. 대표팀을 오래 하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2010년 이후 줄곧 이어져온 윤석영, 홍 철, 김진수 등 대표팀 후배들과의 왼쪽 풀백 경쟁에 대해 박주호는 "나는 후배들을 항상 인정한다. 모든 후배들은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장점을 갖고 있다. 후배들과의 경쟁보다 내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어떤 선수와의 경쟁에서 더 잘하냐 못하냐는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 장점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경기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A매치 데뷔전 핀란드전, 스물세살의 박주호와 파나마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린 서른한 살의 박주호는 어떻게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박주호는 "태극마크의 사명감"을 이야기했다. "스무살 때는 오직 '패기'였다. 대표팀에 가면 너무 기쁘고, 개인의 영광이고, 열심히 뛰고 그게 다였다. 이젠 열심히는 기본, 잘해야 한다. 대표팀에 대한 책임감이 더 생기고 사명감이 더 강해지고, 여러 가지로 느낌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박주호 인생의 중심이 된 가족의 힘도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파나마전 골 직후 박주호는 관중석을 향해 손키스를 날렸다. "맞다. 가족들을 향해 한 것이다. 아내와 딸이 경기장에 와 있었다"고 했다. '슈퍼맨' 아빠의 골을 직접 본 나은이와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아내는 너무 축하한다고 하고, 아프지 않은지부터 챙기고… 사실 나은이는 어려서 골을 잘 모른다"며 웃었다.

예능과 축구를 병행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심적 부담도 뒤따른다. 축구가 잘 안되는 날이면 자칫 예능 출연에 비난의 화살이 꽂힐 수도 있다. 박주호는 "(이)동국형도 그렇다더라. 형의 조언대로 모든 걸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공인이라 부담이 안될 수는 없다. 방송이 빌미가 되지 않도록 내가 더 잘 준비하면 된다. 일정을 잘 조절해서 운동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호는 프로다. 방송출연 이후 경기력과 인기,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K리그 흥행, 울산 구단 홍보는 덤이다. "출연을 결정할 때부터 K리그 홍보를 염두에 뒀다. 구단, 제작진과 이 부분에 대해 수시로 이야기를 나눈다. 나은이의 전북전 홈경기 시축도 그렇게 이뤄졌다. 기회가 될 때마다 K리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박주호는 A매치 데뷔골의 벅찬 기운을 울산월드컵경기장으로 이어갈 생각이다. 3위 울산(승점 53)은 20일 오후 2시 홈에서 강원과 정규리그 33라운드 최종전을 치른다. 2위 경남(승점 55)과의 승점차는 불과 2점, 강원전과 스플릿리그 5경기에서 최종순위가 결정된다. 디펜딩챔피언 울산은 FA컵 4강에도 올라있다. 'FA컵 2연패, 리그 2위' 목표를 넘겨짚자 박주호는 "그런 목표가 아니다. 우리는 모든 경기를 다 이기고 싶다"고 결연하게 답했다. "이번 강원전, 그 다음 스플릿 첫경기, 매경기를 잘 준비하고 매경기를 이기다 보면 좋은 결과는 따라올 것이다. 김도훈 감독님도 늘 그렇게 말씀하신다. 우리 울산은 늘 이런 마음으로 경기에 나선다. 전승을 목표로 준비하겠다. 분명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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