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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말레이시아]'6명 교체' 과도한 로테이션이 부른 조직력 붕괴, 손흥민 효과도 없었다

김진회 기자

입력 2018-08-17 22:41

수정 2018-08-1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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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 교체' 과도한 로테이션이 부른 조직력 붕괴, 손흥민 효과도 없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가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반둥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후반 한국 황희찬이 아쉬워하고 있다. 반둥(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17/

산뜻한 출발이었다.



김학범호는 바레인을 6대0으로 대파했다. 김학범 자카르타-팔레방아시안게임대표팀 감독은 말레이시아전에 로테이션을 예고했다. 조별리그에서 이틀꼴로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 부담을 로테이션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전략이었다.

17일(한국시각)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대회 조별리그 2차전. 예고대로였다. 김 감독은 6명을 교체했다. 새 얼굴은 이진현(포항) 이시영(성남) 김정민(FC리퍼링) 송범근(전북)이었다. 또 1차전 교체로 나섰다 2차전 선발로 돌아선 선수들도 두 명이었다. 황희찬(잘츠부르크) 김건웅(울산)이었다.

이번 로테이션은 체력적 부담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메달 획득을 위해선 1초라도 그라운드를 밟아야 한다. 팀이 메달을 따냈다고 하더라도 벤치에만 앉아있으면 메달을 받을 수 없다. 때문에 감독들은 조별리그에서 전력이 약한 팀을 상대할 때 비주전 선수들에게 출전시간을 부여하곤 한다.

하지만 과도한 로테이션이 조직력 붕괴를 일으켰다. 치명적이었다. 수비시 빌드업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허리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할 김건웅은 긴장한 탓인지 부정확하고 한 박자 느린 패스로 번번이 상대의 압박에 차단당했다.

전반 4분 만에 내준 어이없는 실점도 조급함을 불렀다. 더 조직력을 허술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전반 추가시간 내준 두 번째 실점도 역습시 수비조직력 붕괴에서 발생했다. 황현수가 선제골을 터뜨린 사파위를 끝까지 따라가 방어하지 않고 공을 빼앗으려다가 넘어져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공격수들의 집중력도 1차전보다 급격히 떨어진 모습이었다.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상대 뒷 공간을 노리는 단순한 공격패턴으로 말레이시아를 압박했지만 밀집수비를 뚫는데 실패했다. 특히 바레인전에서 4골을 합작한 황의조-나상호 조합에 비해 황의조-황희찬 조합은 전혀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전반 18분에는 황희찬의 땅볼 크로스를 황의조가 문전에서 오른발 논스톱 슛을 날렸지만 크로스바를 넘겼다.

특히 황희찬은 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투박한 공격으로 수차례 득점기회를 날려버렸다. 전반 33분에는 김정민과 2대1 패스로 돌파를 시도한 황희찬은 완벽에 가까운 찬스에서 슈팅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에도 슈팅이 수차례 골대를 외면했다.

더 심각한 건 손흥민의 효과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김 감독은 전반 게임 메이킹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 후반 시작하자마자 김건웅 대신 황인범을 교체투입했다. 또 후반 12분 골 결정력을 높이기 위해 김정민 대신 아꼈던 손흥민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최전방에 황의조와 황희찬이 버티고 있어 2선에서 프리롤을 맡으며 파상공세에 가담했지만 전혀 손흥민의 장기를 보긴 힘들었다. 후반 20분 김진야의 크로스를 헤딩 슛으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벗어났다. 후반 44분에는 아크 서클에서 날린 회심의 프리킥이 골 포스트를 빗나갔다. 개인적 활약 여부를 떠나 동료 선수들과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으로 우려를 자아냈다.

후반 교체로 인해 다소 공격력이 전반보다 나아졌고 후반 42분 황의조가 만회골을 넣긴 했지만 결과는 1대2 패배였다. 그야말로 '반둥 쇼크'다. 올림픽대표팀간 경기만 따지면 8년 만에 말레이시아에 패했다. 2010년 7월 25일 친선경기에서 0대1로 패한 바 있다. 이날 말레이시아전 같은 경기력이라면 김학범호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꿈꾸는 건 사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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