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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수원 FA컵 준결승 '고 조진호 감독 추모경기 열린다'

최만식 기자

입력 2017-10-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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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수원 FA컵 준결승 '고 조진호 감독 추모경기 열린다'
이정협(가운데) 등 부산 선수들이 지난 14일 수원FC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고 조진호 감독의 사진 현수막으로 달려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아직 당신을 보내드리지 못하였습니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조진호 전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팬들과 함께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23일 부산 구단에 따르면 오는 25일 오후 7시30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FA컵 준결승 부산과 수원 삼성의 경기에 앞서 고 조진호 감독 추모식을 치르기로 했다.

구덕운동장은 고 조 감독의 축구열정과 땀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마지막 일터였다. 부산 구단이 홈경기장을 구덕운동장으로 옮겨 '추억의 구덕 부활시대'를 추진하면서 올시즌 부산에 부임한 고인과 구덕운동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지난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고 조 감독은 12일 영결식을 거쳐 경남 김해에서 화장(火葬)을 마친 뒤 경기도 광주의 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비록 하늘로 떠난 영혼이지만 부산을 떠난 지 13일 만에 자신을 기억해주는 축구팬과 제자, 축구인들을 만나러 올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준결승은 고인이 세상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부산 홈경기다. 부산은 조 감독이 떠난 이후 수원과 안양에서 연속 원정경기를 치러 부산팬들과 함께 고인의 넋을 기릴 기회를 갖지 못했다. 부산 선수들은 그동안 원정 2연승을 거두며 뒤늦게나마 떠난 스승에게 선물을 안기고 있다. 특히 애제자였던 이정협은 영결식 이후 처음 치른 수원FC와의 경기(14일)에서 곧바로 결승골을 넣은 뒤 서포터스석에 걸린 조 감독 사진 플래카드로 달려가 눈물을 흘려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부산 팬들 사이에서는 이정협이 골을 넣었을 때 경기장 하늘에 무지개가 뜬 것을 포착한 사진이 회자되면서 고인이 하늘에서도 기뻐했다는 표식 아니냐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부산 구단은 수원과의 준결승이 중요한 경기인 만큼 선수들 사기가 너무 침체되지 않도록 추모행사를 최대한 신중하게 치르기로 했다. 경기에 앞서 묵념과 함께 고인을 추억하는 희귀 영상이 소개될 예정이다.

구단은 조 감독의 선수시절 영상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고인의 집에 보관하고 있던 영상 자료를 극적으로 찾았다고 한다. 1991년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포르투갈) 남북단일축구팀으로 출전했던 장면을 녹화해놓은 영상이었다. 당시 조 감독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1대0 결승골의 출발점이 된 프리킥을 얻어내는 등 강호 아르헨티나를 꺾는 이변을 도운 바 있다. 구단은 이 영상을 비롯해 고인의 현역 시절 활약상을 편집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추억을 공유한다.

경기장 밖에서는 접착식 메모지로 꾸며지는 대형 추모게시판이 설치된다. 마음으로는 아직 고인을 떠나보내지 못한 팬들이 추모 메시지를 자유롭게 전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부산 구단은 "아쉽지만 고인의 유가족은 이날 참석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젊은 나이에 가족을 잃은 충격으로 인해 황망한 상황이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최만희 부산 구단 대표는 "지난 주 유가족을 초대해 위로의 자리를 마련하고 향후 대책 등을 의논하려고 했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지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했다. 시간이 지나 좀 진정되면 반드시 찾아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단은 팬들의 추모 메시지와 팬이 직접 그린 고인의 캐리커처 초상화 등을 편집한 자료집을 만들어 유가족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캐리커처는 포항 스틸러스 축구팬의 작품인데 조 감독이 포항에서 4시즌 활약했던 인연 때문에 기증하기로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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