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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의 발롱도르]괴로운 네빌, '입'과 '현장' 사이

박찬준 기자

입력 2016-02-09 10:25

수정 2016-02-09 10:30

괴로운 네빌, '입'과 '현장' 사이
ⓒAFPBBNews = News1

선수들이 은퇴 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3가지다.



지도자가 되거나 아니면 아예 축구와 상관없는 길을 걷거나. 최근에는 축구를 대상으로 한 언론의 관심이 커지며 방송과 신문 지면에서 활약하는 축구 전문가가 각광을 받고 있다. 스카이스포츠 등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한 중계권료를 뽑기 위해 프리뷰쇼, 혹은 경기 후 분석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과거에 비해 분석가들의 영향력이 커지며 스타 분석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 국영방송의 BBC가 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하이라이트쇼 '매치 오브 더 데이'의 터줏대감 개리 리네커, 알란 한센, 마크 로렌슨 등을 비롯해 제이미 레드냅, 폴 머슨 등이 스타 분석가로 불리고 있다.

최근 은퇴한 선수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발렌시아 지휘봉을 잡은 개리 네빌이 대표적이다. 선데이타임즈 칼럼리스트로 미디어 활동을 시작한 네빌은 2011~2012시즌 스카이스포츠의 '먼데이 나이트 풋볼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분석가 생활의 문을 열었다. 네빌은 현역이던 2002년에는 ITV에서 월드컵 분석가로 활약하며 호평을 받은바 있다. 그는 특유의 입담으로 거침없는 분석을 이어갔다. '모두까기'라 불릴만큼 촌철살인의 비평을 계속했다. 일부 감독과는 불편한 관계까지 이어갔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분석가들이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한 말을 했으면 좋겠다"며 네빌에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팬들은 네빌에 분석에 절대적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이제 180도 바뀌었다. 다른 감독들의 전술을 비판하던 성공한 분석가에서 분석가들의 비판을 받는 실패한 감독으로. 네빌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역사상 최악의 초짜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리그 9경기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13일 에이바르 원정에서 데뷔전을 치른 네빌 감독은 지금까지 치른 16경기에서 4승6무6패를 기록 중이다. 코파 델레이에서 선전했지만 그나마도 바르셀로나와의 준결승 1차전에서 0대7로 무너지며 사실상 탈락을 확정지었다. 2008년 로날드 쿠만이 세운 연속 경기 무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네빌 감독은 사임하지 않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지만 현지의 분위기는 차갑다.

네빌 감독의 사례에서 보듯 현장과 밖의 온도차는 크다. 분석가는 결과를 두고 얘기를 한다. 이미 벌어진 상황을 두고 분석한다. 반면 감독은 과정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벌어지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최상의 선택을 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경험과 감, 그리고 선수단 전체를 관통하는 운영능력이다. 감독을 매니저라고 하는 이유다. 네빌은 잉글랜드 대표팀 수석 코치를 역임하며 전술적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검증을 받았다. 하지만 코치와 선수단 전체를 컨트롤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흔한 유소년 감독직도 수행한 적이 없는 네빌 감독은 고비 마다 악수로 어려운 결과를 자초하고 있다. 발렌시아가 무승의 슬럼프에 빠지자 주장인 다니 파레호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파코 알카세르와 알바로 네그레도를 공동 주장에 선임하는 강수를 던졌다. 하지만 정작 이는 네그레도에게 부담감을 안기는 결과였다.

주제 무리뉴 전 첼시 감독은 네빌을 만나 "벤치에 있으면 비디오를 멈출 수도 없고, 스크린을 터치할 수도 없으며, 선수들을 그에 맞게 움직일 수도 없다"고 했다. 현장과 밖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축구에서 미디어가 차지하는 부분이 커지며 분석가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대신 현장에 대한 존중감을 높이는게 답이다. 네빌 감독은 그간 자신이 뱉었던 말을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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