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현지시각)에도 무더위는 여전했다. 섭씨 30도에 습도는 82%에 달했다. 가만히 있어도 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찜통 더위였다. 이 무더위 보다도 더 뜨거운 것이 '짜요(중국말로 파이팅)의 늪'이었다. 예상보다는 적은 팬들이 경기장에 모였지만, 함성만큼은 대단했다. 중국팬들은 시종 '짜요'를 외쳤다. 우리 선수들이 기회를 잡으면 야유를 보냈다. 사소한 행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반면 중국이 공격을 펼치면 어마어마한 함성이 쏟아졌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A매치를 처음 뛰는 선수가 4명이나 되는 젊은 팀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노련했다. '캡틴' 김영권(광저우 헝다)은 수비진을 이끌었고, '부주장' 장현수(광저우 부리)는 든든하게 중원을 지켰다. '에이스'로 성장한 이재성(전북)은 중국 수비의 방해에도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열정적으로 지시를 내렸다. 벤치에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알랭 페렝 중국 감독과 달리 슈틸리케 감독은 시종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후반 중반에도 경기력이 살아나지 않자 중국팬들은 더욱 크게 '짜요'를 외쳤다. 마지막 희망을 지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