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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개막 D-1]감독들의 가시 돋힌 설전 그리고 공공의 적

김성원 기자

입력 2015-03-06 08:33

감독들의 가시 돋힌 설전 그리고 공공의 적
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K리그 클래식 2015 개막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각 구단 감독과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참가해 올 시즌을 앞둔 출사표와 각오를 밝혔다. K리그 클래식은 오는 7일 전북과 성남의 공식 개막전과 함께 시즌을 시작한다. 현대오일뱅크 타이틀 조인식이 열렸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각 구단 감독들이 우승트로피와 함께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은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3.05

선을 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하지만 말 한마디, 한 마디에 가시가 돋아 있었다.



그라운드에 드디어 봄이 왔다.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이 7일 첫 발을 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베이징 원정으로 함께하지 못한 서정원 수원 감독을 제외하고 클래식 11개 구단 사령탑들이 5일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혈전에 앞서 설전의 향연이었다. 감독들은 미소를 머금었지만 승부욕은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K리그를 제패한 '절대 1강' 전북은 올해도 우승후보 '0순위'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먼저 표정관리를 했다. 그는 집중 견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K리그가 아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로 우회했다. "선수 영입부터 시작해서 준비까지 모두 ACL 우승을 염두에 뒀다. 작년보다 분명히 공격 쪽에 무게감이 생겼다. K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자부심을 갖고 한 마리 토끼만 열심히 쫓겠다." '두 마리(ACL과 K리그 우승)가 아닌 한 마리냐'고 재차 질문하자 "일단 한마리다. ACL 우승"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물론 '한 마리'는 시한부다. 그는 "ACL에서 16강에서 조 1위로 가는 것이 1차 목표다. 16강은 6월에 있다. 이때까지는 ACL에 집중할 것이다. 16강에 갈 때까지 K리그에서 6위내 즉 상위권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ACL 16강 이후부터 K리그에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최강희 감독의 '한 마리론'에 황선홍 포항 감독이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세 시즌 만에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그는 "올해는 공격 쪽에 마음이 든다. 최강희 감독님이 한 마리만 쫓는다는데 나머지 한 마리는 우리가 쫓기로 하겠다"며 웃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울은 최근 올 시즌 우승 후보 전망에서 이름이 빠져 있다. 그는 "우승 경쟁권에서 멀어졌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은 인정한다. 다만 경쟁의 힘을 떠나 결속의 힘이 더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는 누구도 모른다"며 허를 찔렀다.

감독들의 송곳은 '올 시즌 꼭 이겨보고 싶은 팀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더 번쩍였다. '공공의 적'은 서울이었다. 최강희 감독을 비롯해 황선홍 감독, 윤정환 울산 감독, 조성환 제주 감독, 조진호 대전 감독 등 절반에 가까운 5명의 감독이 최용수 감독의 서울을 선택했다.

사연은 각양각색이었다. 기분좋은 기억, 징크스와 옛정 등이 교차했다. "작년에 서울에서 오랜만에 이겨봤는데 기쁨이 3배였다. 올해도 3배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최강희)" "머릿속에 FC서울 밖에 없다. 총력전을 펼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황선홍) "2008년 이후 한 번도 못 이기고 있다. 올 시즌 목표 하나가 서울을 이기는 것이다.(조성환)" "선수 시절 때는 최용수 감독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이제는 돌려받아야 할 때다.(윤정환)" "최용수 감독과는 친구고, 볼도 같이 찼다. 서울은 관중이 많고 거기에서 이기면 자신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 감독에게는 큰 타격이고, 흥미로운 이슈가 될 것이다.(조진호)" 이밖에 노상래 전남 감독은 포항, 윤성효 부산 감독은 전북, 남기일 광주 감독과 김학범 성남 감독은 울산, 김도훈 인천 감독은 광주와 대전을 선택했다.

집중 화살을 받은 최용수 감독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공적이 된 것은 낯설지 않고,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반드시 넘을 두 팀을 꼽았다. 포항과 전북이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은 사우디아라비아 알 샤밥과 계약이 해지된 박주영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05년 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08년 해외로 이적했다. 당시 K리그로 복귀할 경우에는 서울로 돌아오기로 합의했다.

최용수 감독은 "그 친구 기사가 나올 때 한 번씩 전화통화를 하는데 아직 (알 샤밥과의)계약이 남아있고 본인도 현명한 선택을 하려고 고민하고 있다"며 "워낙 잘하는 친구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영입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은 지난해 데얀에 이어 최근 에스쿠데로마저 이적했다. 공격수 수혈이 최대 현안이다. 최용수 감독은 "기존 선수들도 잘해주고 있지만 '한방'을 터뜨려줄 선수가 필요하다"며 "7월 이적시장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성급하게 일을 추진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용수 감독 뿐이 아니었다. 기선 제압을 위한 각 팀 감독들의 '입'은 쉬지 않았다. 현주소를 차근차근 설명하면서도 '필살기'는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기싸움은 끝났다. 이제 무대를 그라운드로 옮긴다. 그곳에는 말도 필요없고, 각본도 없다. 2015년 K리그가 드디어 세상에 나온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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