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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전 아픔 재목격 최강희 감독 "A대표팀 모두 단합"

이건 기자

입력 2015-02-0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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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전 아픔 재목격 최강희 감독 "A대표팀 모두 단합"
최강희 감독 등 전북 코칭스태프가 아시안컵 결승전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전북현대

"우리 대표 선수들 모두 단합했어요. 아쉽지만 잘 싸웠습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의 격려였다. 최 감독은 3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2015년 호주아시안컵 결승전을 TV로 시청했다. 전북은 18일부터 두바이에서 동계전지훈련을 갖고 있다.

아시안컵 결승전은 최 감독에게 남다르다. 현역 선수 시절 1988년 카타르아시안컵에 출전했다. 한국은 4강까지 진출했다. 상대는 중국이었다. 최 감독은 상대의 에이스를 전담방어했다. 연장전에 중국 선수가 볼을 가지고 시간을 끌었다. 최 감독은 몸으로 밀치고 볼을 가져왔다. 심판이 최 감독에게 옐로카드를 줬다. 대회 두번째 경고였다. 결승전에 나설 수 없었다. 최 감독은 "아차 싶더라. 벤치를 보니 이회택 감독이 머리를 쥐어짜고 고개를 숙였더라. 결승전에 나서지 못하는게 너무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만났다. 0대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졌다. 결승전에 뛰어보지도 못한 최 감독은 준우승이 누구보다도 아쉬웠다. 계속 마음의 짐이 됐다.

그 날 이후 한국은 27년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올랐다. 27년전 결승전에서 승리하지 못해 후배들에게 짐만 준 것 같아 미안했다. 동시에 자신이 못 이룬 꿈을 후배들이 이뤄주길 바랐다. 숙소 내 스포츠펍에서 TV를 보며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응원했다. 전반 손흥민과 기성용이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날리자 머리를 부여잡고 안타까워했다. 몇 차례 속공 연결 기회에서 대표 선수들이 전방 패스 전개를 머뭇거리자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자 "대박"을 외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코칭스태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어린애마냥 즐거워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허망하게 결승골을 내줬다. 한국은 패배했다. 표정은 다시 굳어졌다. "아시안게임에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따내면서 불운을 털어냈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그 불운을 떨쳐냈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라운드에서 아쉬워하는 선수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최 감독은 "다음번 대회는 우리가 개최하면 안되나요"라며 호주에게 부러운 시선을 던졌다.

그래도 최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최 감독은 "갈수록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며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의 아픔을 치유했다. 한국 축구에 다시 희망을 선물했다"고 칭찬했다. 특히 차두리에 대해서는 "최고참이 마지막 땀 한방울까지 쥐어짜면서 뛰었다. 아름다운 모습에 팬들도 감동을 선물받았다"고 말했다.

결승전이 끝나고 최 감독은 곧바로 팀훈련을 지휘했다. 선수들을 모아놓고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대표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진지하게 설명했다. 평소와 달리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선수들이 몸을 풀 동안에는 구석으로 가서 볼을 트래핑했다. 27년전 아픔을 다시 기억하게 된 자신의 마음을 달래는 몸짓인 듯 보였다. 두바이(UAE)=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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