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부천-안양 '동병상련 더비', '비아냥'과 '무시'로 후끈

이건 기자

입력 2013-04-21 15:56

수정 2013-04-21 17:36

more
부천-안양 '동병상련 더비', '비아냥'과 '무시'로 후끈
21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과 안양의 K-리그 챌린지 5라운드 경기에서 부천 서포터들이 안양을 비아냥하는 걸개를 걸었다. 부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같은 아픔은 공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서로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았다. 한 쪽은 '비아냥'으로, 다른 한쪽은 '무시'로 나섰다.



21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년 K-리그 챌린지 5라운드 경기에서 부천FC 1995는 FC안양과 사상 첫 맞대결을 펼쳤다.

▶아픔은 공감

양 팀 모두 연고이전의 아픔을 겪었다. 홈팀 부천은 2006년 2월 연고팀인 SK를 잃었다. 부천 SK는 제주로 떠났다. 부천팬들은 힘을 모았다. 2007년 말 부천FC 1995를 창단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3부리그 격인 챌린저스리그에서 뛰었다. 올 시즌 K-리그 챌린지로 올라왔다.

안양은 2004년 2월 팀을 잃었다. 안양 LG 치타스가 서울로 연고를 옮겼다. 안양 서포터들은 격렬한 항의를 이어갔지만 떠난 팀은 돌아오지 않았다. 2012년 말 안양 시청이 새 구단 창단을 주도했다. 내셔널리그에 있던 고양 국민은행 선수단을 인수했다. 2013년 1월 FC안양이 탄생했다. 같은 아픔을 간직한 두 팀의 맞대결이기에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2003년 9월 3일 부천 SK와 안양 LG의 경기 이후 3515일만의 대결이었다. '동병상련 더비'라는 별칭이 붙었다.

양 팀 모두 서로의 아픔은 인정했다. 부천 관계자도, 안양 관계자도 "연고 이전 아픔을 겪었던 도시에서 팀을 만들어 맞붙어서 너무나 감동적이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덕담은 그것 뿐이었다. 양 팀 관계자 모두 "우리는 라이벌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비아냥과 무시

양 팀의 신경전은 날이 잔뜩 서 있었다. 색깔로 맞부딪혔다. 양 팀 서포터는 모두 '레드(RED)'를 표방하고 나섰다. 홈팀 부천 서포터인 헤르메스는 북쪽 서포터 구역에 'The Original Red(원조 레드)'라는 통천을 걸었다. 자신들 앞에 걸린 메인 걸개에는 'What's your pride? Our pride of reds!(당신의 자존심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레드의 자존심)'이라고 써 넣었다.

반대편 남쪽 구역에 자리를 잡은 안양 서포터 A.S.U. 레드는 자신들의 자리에 'RED ZONE(레드 존)'이라고 써붙였다. 메인 걸개에는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는 글귀를 새겼다. 같은 뜻의 '홍득발자(紅得發紫)'라는 사자성어도 넣었다. 안양 구단은 '보라색'을 메인 컬러로 설정했지만 서포터들은 안양LG 시절부터 써오던 '레드'를 모토로 삼았다.

헤르메스가 먼저 직격탄을 날렸다. 헤르메스는 'RED≠PURPLE≠VIOLET(레드는 자주색이 아니다. 자주색은 보라색이 아니다)'는 문구를 붙였다. 바로 옆에는 '역사를 잊은 '보라'에게 'RED(레드)'는 없다'는 걸개를 걸었다. 일종의 비아냥이었다. 헤르메스 관계자는 "우리는 SK가 연고이전한 뒤 팬들이 스스로 팀을 만들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챌린저스리그에서 팀을 운영해왔다. 정말 갖은 고생을 다한 뒤에 프로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안양은 다르다. LG가 서울로 연고이전한 뒤 팀을 만들지 못했다. 안양시청의 주도로 만들었다. 사실상 하늘에서 뚝 떨어진 팀이다. 그것도 국민은행을 흡수한 반쪽짜리 창단이다. 역사를 계승했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안양의 대응책은 '무시'였다. 안양 관계자는 "부천이 우리를 도발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의 라이벌은 '지지대 더비'를 벌일 수원 삼성이다. 또 타도해야할 팀은 우리를 버린 FC서울이다. 부천은 우리가 그저 K-리그 챌린지에서 만나야하는 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부천의 '도발 걸개'에 대해서는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 프로연맹 관계자도 안양의 이의를 받아들였다. 전반전이 끝나고 '역사를 잊은 '보라'에게 'RED(레드)'는 없다'는 걸개는 철거됐다.

날이 선 신경전과는 다르게 경기는 부천의 3대0 승리로 막을 내렸다. 부천은 전반 8분 임창균이 선제 결승골을 기록했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노대호가 추가골을 넣었다. 후반 33분 허 건이 페널티킥골로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부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