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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람인지 궁금했다" 오타니 팔 손가락으로 찌르며 해맑게 웃던 '괴물', 재회하자 4안타 4도루로 혼쭐

노재형 기자

입력 2024-05-1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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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람인지 궁금했다" 오타니 팔 손가락으로 찌르며 해맑게 웃던 '괴…
지난해 8월 24일(한국시각)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더블헤더 2차전서 오타니 쇼헤이가 5회 2루타를 치고 나가자 신시내티 유격수 엘리 데라크루즈가 손가락으로 팔을 찌르고 있다. 그는 당시 "진짜 사람인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사진=MLB.TV 캡처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지난해 8월 24일(이하 한국시각)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더블헤더 1차전은 두 선수가 평생 잊지 못할 경기가 될 것이다. 그 두 선수란 에인절스 투수 오타니 쇼헤이와 신시내티 유격수 엘리 데라크루즈다.



당시 오타니는 선발로 등판했다가 2회 투구 도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했다. 결국 투수로는 시즌을 마감한 오타니는 9월 20일 토미존 서저리를 받게 된다. 올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가 이적 첫 해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다.

반면 데라크루즈는 그 경기에서 결승 홈런과 쐐기 3루타 등으로 6타점을 터뜨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그해 6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데라크루즈는 '5툴 플레이어'로 파워넘치는 타격과 폭발적인 베이스러닝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신시내티가 9대4로 이기면서 두 선수의 희비가 그야말로 엇갈린 경기였다.

곧바로 열린 더블헤더 2차전. 팔꿈치 부상을 입은 오타니는 예상을 깨고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방망이를 휘두르는데는 지장이 없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장면이 5회말에 나왔다. 오타니가 우익수 오른쪽으로 2루타를 터뜨리자 신시내티는 투수를 교체했다. 그 사이 오타니 주변으로 신시내티 내야수들이 모여들더니 그 중 한 선수가 오타니의 왼팔을 손가락으로 몇 차례 찌르는 것이었다. 바로 데라크루즈였다. 오타니는 이를 웃으면서 받아줬다.

데라크루즈의 행동은 순전히 호기심에서 나온 것이다. '투타 겸업' 신화를 쓰고 있던 오타니를 가까이서 본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진짜 사람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당시 데라크루즈는 경기 후 "오타니한테 다가가기 전 (2루수)맷 맥레인한테 '그가 진짜인지(he is real) 만져볼 거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슈퍼스타와 차세대 슈퍼스타의 첫 만남이었다.

데라크루즈가 올시즌 처음으로 오타니와 만났다. 17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양팀 간 시즌 첫 맞대결. 데라크루즈는 이제 오타니가 낯설지 않다. 데라크루즈는 2번 유격수, 오타니는 2번 지명타자로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데라크루즈는 4타수 4안타 3득점 1타점 4도루의 맹활약을 펼쳤다. 신시내티는 7대2로 승리했다. 이번에도 데라크루즈가 승리의 주역이 됐다. 반면 전날까지 3게임 연속 멀티히트를 벌이며 타격 선두 자리를 이어간 오타니는 2타수 무안타 1볼넷 1도루에 그쳤다. 오타니가 막히니 다저스 공격도 안 풀렸다.

이날 다저스는 입장 관중에 4만개의 '오타니 바블헤드'를 선물로 나눠줬다. 5만3527명의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관중석의 주인공은 오타니였지만, 그라운드에서 주연은 단연 메이저리그 최고의 호타준족 스타로 떠오른 데라크루즈였다.

데라크루즈가 한 경기 4도루를 한 것은 생애 처음이고, 신시내티 선수로는 2016년 빌리 해밀턴 이후 8년 만이다. 그는 경기 전 "내가 뭘 할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타니를 다시 만나 얘기해보고 싶다. 작년에 그를 만났을 때 그는 굉장히 친절했다. 그는 굉장한 선수다. 그와 친구가 되고 싶다"며 이번엔 '팬심'을 드러냈다.

데라크루즈는 이날 4도루를 보태 시즌 30도루 고지에 올랐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올시즌 110개의 도루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1985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빈스 콜먼 이후 39년 만에 110도루 기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흥미롭게도 데라크루즈는 7회 우전안타를 날린 뒤 이날 5번째 도루를 시도했는데, 이번에는 다저스 포수 오스틴 반스의 정확한 송구에 아웃됐다. 데라크루즈는 "딜레이드 스틸(delayed steal)이었는데, 아웃되고 말았다"며 웃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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