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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대접에 분통 터뜨린 조광래호 "이곳도 축구장인가"

박재호 기자

입력 2011-08-08 19:46

수정 2011-08-08 20:28

푸대접에 분통 터뜨린 조광래호 "이곳도 축구장인가"
일본과의 평가전을 이틀 앞둔 8일 오후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일본 삿포로에 위치한 시라하타야마 경기장에서 훈련을 가졌다. 조광래 감독이 몰려드는 산모기에 몸을 긁고 있다. 삿포로=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이봐요. 동네축구장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여기서도 축구를 하냐고요."



평소에 화 안내고 사람 좋기로 소문난 박태하 A대표팀 수석코치가 일본축구협회 직원을 붙들고 핏대를 세웠다. 선수들이 훈련하는 곳으로 향하다가 다시와서 고함을 쳤다.

한-일전(10일·삿포로돔)을 앞두고 8일 밤 연습구장으로 이동한 A대표팀은 허탈했다. 삿포로 시에서 버스로 1시간 가까이 떨어진 해발 400m 시라하타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시라하타야마 경기장은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라고는 하나 겨울에는 눈축제를 여는 곳이고, 여름에도 제대로 된 축구장으로 활용하는 곳은 아니다.

잔디 상태는 고르지 못했고, 조명시설도 열악했다. 동네 테니스코트 조명탑만 몇 개 보일 뿐이었다. 대표팀이 훈련을 치르는 내내 경기장 사방에서는 '타닥 타닥' 소리가 났다. 모기와 나방 등 산자락 곤충들이 불빛을 보고 달려들다 곤충용 '전기 충격기'를 들이받고 장렬히 전사하는 소리였다. 모기가 달려들자 모기약을 뿌리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A대표팀이 해외에서 푸대접을 받은 적이 아예 없지는 않다. 중동이나 동남아에서 간혹 상대 축구협회가 경기력 약화를 노려 숙소에서 먼 연습장과 고르지 못한 잔디구장을 내주기도 한다. 물론 이런 사정 때문에 원정경기는 늘 어렵고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많다.

하지만 자주 친선경기를 하는 일본이 한국을 이렇게 대접한 적은 없었다. 대한축구협회 직원들이 강하게 어필을 했지만 현장에 지원나온 일본축구협회 직원 한명은 진땀만 흘릴 뿐이었다.

"삿포로에서 유일하게 그나마 조명시설이 된 축구장이 이곳 뿐"이라는 것이 그의 변명이었다. 그러면서 "자케로니 감독이 협회 직원들에게 이번 한국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고 말했다. 자기들도 도쿄에서 삿포로로 건너와 원정이나 다름없는 상황이고 전체적으로 경기력, 다시 말해 한국과의 승부에 집착하다보니 상대팀에 대한 배려가 약간 소홀해 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원재 대한축구협회 부장은 "우리는 A매치 원정팀이 원하는 곳에 연습구장을 내준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이나 파주 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중 하나를 고르게 한다. 한-일전을 치르면서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은 신경전의 연장선상이다.

조광래 감독은 "일본은 세계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상대를 칭찬하면서도 "경기 결과는 자신있다"고 일축했다. 최고참 이정수(31·알사드)는 "일본이 세계수준을 향하고 있지만 한국 역시 뒤지지 않는다. 일본이 카타르아시안컵 우승을 제외하면 한국보다 그다지 나은 것도 없다. FIFA 랭킹에서 뒤져 있지만(일본 16위, 한국 28위) 10일 실력으로 이 모든 것을 상쇄시키겠다"고 말다.

일본은 일본대로 한국을 꺾고 한껏 달아오른 일본축구의 축제분위기를 이어가려 하고 있었다. 삿포로=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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