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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골에는 애환이 있다, 3호골이 특별한 이유

김성원 기자

입력 2011-03-13 14:09

수정 2011-03-1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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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골에는 애환이 있다, 3호골이 특별한 이유
◇버밍엄 시티전 직후 국내 팬들에겐 포즈를 취한 이청용. 버밍엄(영국)=이 산 통신원 dltks@hotmail.com

이청용(23·볼턴)이 한 골로 모든 것을 되돌려 놓았다. 그의 골에는 애환이 있었고, 특별했다.



이청용은 12일(이하 한국시각) 버밍엄 세인트 앤드류스 경기장에서 벌어진 2010~2011시즌 FA컵 8강전 버밍엄 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종료 직전인 후반 45분 극적인 헤딩 결승골을 터트렸다. 3대2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기나긴 골 침묵 끝에 봄이 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2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4라운드 뉴캐슬전(5대1 승)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후 약 4개월간 골문을 열지 못했다. 카타르아시안컵을 포함해서다.

순도 높은 100만파운드짜리 골이었다. 볼턴은 이청용의 골에 힘입어 2000년 이후 11년 만에 프로와 아마추어를 총 망라해 잉글랜드 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FA컵 4강에 올랐다. 4강전은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이청용은 박지성(30·맨유) 김두현(29·전 웨스트 브로미치·현 경찰청)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꿈의 무대를 밟게 됐다.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도 달성했다. 2009년 볼턴에 둥지를 튼 그는 지난 시즌 5골-8도움을 기록했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최다 공격포인트였다. 이날 골로 올시즌 그의 공격포인트는 3골-7도움이 됐다. 아홉수를 넘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한국인이 두 시즌 연속 EPL에서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작성한 것은 이청용이 최초다.

오언 코일 볼턴 감독에게도 건재를 과시했다. 이청용은 이날 3경기 연속 교체출전했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한 요한 엘만더(30)에게 또 다시 밀렸다. 투톱의 경우 정규리그에선 첼시에서 임대된 다니엘 스터리지(22), FA컵에선 이반 클라스니치(31)가 주장 케빈 데이비스(34)와 호흡을 맞췄다. 코일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그 이유를 "체력 안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겉으로는 "컨디션과 기량이 좋은 선수가 뛰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1분이건 10분이건 팀 승리를 위해 뛰는 것"이라고 했지만 찜찜했다. 특히 아시안컵 후 체력이 바닥났지만 최근 컨디션을 회복했다. 주전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휘감았다.

그래서 골이 필요했다. 골에는 마법이 있다. 팬들은 물론 사령탑도 베스트 11를 결정할 때 골을 머릿속에 그린다. 엘만더가 중용되고 있는 이유는 올시즌 10골(5도움)을 기록한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청용은 절체절명의 순간, 결승골로 화답했다. 하프라인에서 로빈슨이 로빙 패스한 볼은 골지역 오른쪽에 포진한 데이비스의 머리에 배달됐다. 데이비스는 헤딩으로 문전으로 재차 연결했고, 쇄도하던 이청용은 살포시 뛰어 올라 상대 골키퍼의 움직임까지 확인한 후 헤딩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 뿐이 아니었다. 그는 후반 16분 1-1 상황에서 교체투입됐다. 첫 번째 볼터치부터 운명을 갈랐다. 이청용은 상대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골문 왼쪽을 지킨다. 그는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볼을 왼발로 걷어내 위기를 넘겼다.

이청용은 2009년 9월 26일 버밍엄 시티(2대1 승)를 상대로 잉글랜드 무대 데뷔골을 터뜨렸다. 그 때도 결승골이었다. 이날 골도 추억으로 남을 기념비적 골이었다. 웬만하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골을 터트린 후 점프하며 기뻐했다. 동료들은 그를 그라운드에 눕힌 후 온몸으로 그를 포위하는 뒷풀이를 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의 재작성이다. 약 2개월의 시간이 남았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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