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연극무대 올리는 제작진 "코로나처럼 질병으로 인식되길"

입력 2024-02-1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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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연극무대 올리는 제작진 "코로나처럼 질병으로 인식되길"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의 최치언 연출과 원인진 작가가 지난 6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2.12 aeran@yna.co.kr


'이상한 나라의, 사라' 23일 개막…"렉처 퍼포먼스로 의학 정보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성장통을 겪는 주인공 17살 사라처럼 우리 사회도 조현병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 좀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어요."
오는 23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는 정신질환인 조현병을 주제로 삼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으로 엄마의 조현병 진단과 함께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고등학생 사라의 성장 이야기다.
최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만난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최치언(54) 연출과 원인진(36) 작가는 "'이상한 나라의, 사라'는 조현병 환자가 아니라 환자 가족의 이야기"라며 "그 가족은 극의 주인공인 동시에 관객이자 우리 사회"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극은 사라의 과거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된다. 사라는 엄마를 사랑하지만, 자신에게도 엄마의 병이 유전될까 봐 두려워한다. 엄마를 향한 사회적 손가락질에 괴로워하면서도, 부끄러움에 엄마가 집에 돌아오지 않기를 기도한다. 작품은 사라의 미성숙한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최 연출은 "사라가 고통스러운 건 자기 안에 있는 편견 때문"이라며 "조현병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가졌던 공포와 불안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라의 모습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닮아있다"며 "극 중 사라는 이걸(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잘 극복해내고, 성장해 나간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거쳐 가는 성장기를 어떻게 지나오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뀐다"며 "우리 사회는 어떤 부분은 어른스럽게 성장기를 지나왔지만, 조현병과 같은 소수자에 대해서는 아직 성장기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성장소설을 쓰려다 이번 작품을 집필하게 됐다는 원 작가는 17살 사라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조현병'과 아직 이 질병을 받아들이는 데 미성숙한 '사회'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고 싶었다고 했다.
원 작가는 "사라의 삶은 별안간 찾아온 엄마의 조현병으로 엉망이 되지만,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라 스스로 병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조현병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 우리가 모두 사라가 됐으면 했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두 사람은 조현병이 어느 순간부터 한국 사회에서 혐오의 대상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원 작가는 "언론 보도만 봐도 조현병 환자는 스토킹, 흉기, 살해 등 자극적인 범죄의 가해자로 나오는 기사가 대부분"이라며 "사람들에게 조현병과 범죄가 동일하게 각인되면서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편견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공연을 올리면서도 이런 부분에 주의를 기울였다. 작품은 조현병을 다룬 기존의 드라마, 영화 등과 달리 조현병 환자가 보이는 증상들을 무대 위에 극적으로 재연하지 않는다. 극 중 조현병 환자인 엄마는 실제 무대에 등장하지 않고, 사라의 이야기 속에만 존재한다.


또 극 중간중간에 원 작가가 해설자로 등장해 조현병에 대한 유병률, 유전 확률, 증상 등 의학적인 정보를 그래픽 영상 등으로 전달하는 '렉처 퍼포먼스'를 넣었다. 이를 위해 원 작가는 E.풀러 토리의 저서 '조현병의 모든 것'을 참고하고, 조현병 환자를 돌보는 의사, 상담사 등을 만났다고 했다.

최 연출은 "관객들이 조현병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했다"며 "조현병은 폭력적이고, 극복할 수 없다는 기존의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렉처 퍼포먼스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조현병이 'F20'이라는 질병코드가 부여된 질환이라며 "병을 병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도 처음에 터졌을 때는 편견과 혐오가 있었잖아요. 3년간 정부가 대대적으로 코로나를 알리면서 지금은 코로나에 걸렸다고 해도 사람들이 의학적인 질병으로 받아들여요. 조현병도 마찬가지예요. 잘 모르니까 편견과 혐오가 있죠. 이걸 극복해보자는 게 우리 작품의 메시지입니다."
aera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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