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들의 집중력 조명한 신간 '집중력 설계자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마음을 먹고 책을 읽다가도, TV를 보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우리는 '카톡' '카톡' 소리를 듣는다. 모처럼 모은 집중력은 그 순간 산산이 흩어진다. 카톡을 보다가 우리는 다시 스마트폰의 광활한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SNS와 각종 전자장비에 노출된 현대인이 집중력을 유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러 현인이 집중력이 성공의 비밀이라고 누차 강조하고, '도둑맞은 집중력'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도 어쩔 수 없다. 오랜 시간 집중력을 유지하는 건 현대인에게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선승들만큼이나 중세 수도자들도 '집중의 도사'들이었다. 제이미 크라이너 미국 조지아대 역사학과 교수가 쓴 신간 '집중력 설계자들'(원제: The Wandering Mind)은 방황하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목숨을 걸 정도로 수도에 정진했던 수도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책에 따르면 '호'(Hor)라는 수도사는 교회에서 20년 동안 기거하면서 한 번도 눈을 들어 지붕을 쳐다보지 않았다. 강가에 살았던 사라는 60년 동안 강물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칼루파는 동굴에서 기도할 때 천장에서 수시로 뱀이 떨어져 목에 상처를 입었지만, 한 번도 움찔거리지 않았다. 야고보는 기도에 집중하며 눈에 완전히 파묻히기도 했다.
수도자들이 이처럼 믿기 힘든 능력을 보인 건 집중력이 종교와 관련 있었기 때문이다. 수도자들에게 "산만함은 악마"와 같았으며 "벗어버려야 할 뱀의 허물"이었다. 수도공동체의 지도자였던 포이멘은 "모든 사악함의 핵심은 방황하는 생각"이라며 "군주가 경호원을 고용하듯 마음에도 경호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4세기 후반 시리아에서 작성된 한 설교문집에는 "산만함의 원인을 에덴동산 추방"에서 찾았다는 기록도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