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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지탄광 최초 탈북자 "두 다리 잘린 상태서도 '밥을 달라' 애원해" (세치혀) [SC리뷰]

김수현 기자

입력 2023-03-22 00:27

수정 2023-03-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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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지탄광 최초 탈북자 "두 다리 잘린 상태서도 '밥을 달라' 애원해" …


[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상상도 못할 비극, 아오지 탄광의 몰랐던 비참한 현실에 모두가 탄식했다.



21일 방송된 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이하 '세치혀')에서는 아오지 세치혀 최금영이 출격했다.

"흙수저 금수저는 들어봤어도 아오지 수저는 처음 들어보셨죠?"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한 는 "아오지탄광에서 최초로 탈출해 탈북했다. 18살 나이에 아오지탄광을 탈출해 중국 미얀마 태국을 거쳐 살아남았다. 제가 아마 탈북을 안했으면 아오지탄광에서 석탄을 캐고 있을 거다. 지금은 대한민국 와서 다이어트 걱정을 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라 말해 긴장감을 높였다. 남다른 기운과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한 는 강인한 눈빛으로 관객들과 소통했다.

아오지 세치혀 최금영은 "저는 아오지 탄광에서 최초로 탈북했다. 아오지 탄광은 베일에 싸여있지 않냐. 실제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 제가 남한에 와서 뭘 잘못하면 '아오지 탄광 보낸다'라 하는 걸 듣고 정말 놀랐다. 북한에서도 아오지탄광이라 하면 '거기 사람이 어떻게 살아?'라면서 거기 사는 사람들을 무시한다. 인간 취급을 못 받았다. 왜냐하면 아오지 탄광은 정치범과 국군 포로들을 모아놓은 곳이다"라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식량난이 오면 가장 먼저 식량이 끊기는 곳이 아오지 탄광이다. 그래도 되는 존재니까, 버려진 존재니까.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흉년이 왔을 때 북한에서 300만 명이 넘게 굶어 죽었다. 그때 저희 아오지는 정말 비참했다. 식량 배급은 끊겨 배고프니까 쥐굴에 쥐가 모아둔 옥수수를 파먹고 풀뿌리 죄다 캐먹었다. 애들이 일어나질 못했다"라 회상했다.

그는 "그런데 아오지 내 가장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국군 포로 어르신들이다. 이분들은 남쪽이 고향이라 북한에 친척이 없다. 부산에서 오신 국군포로 부부가 굶어 돌아가셨다. 집에는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딸은 빌어먹고 주워 먹어 괜찮았다. 그런데 아들은 훤칠한 청년이 뼈만 앙상해진 거다. 어느날 기찻길로 가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졌다. 굶어서 괴롭게 죽어가느니 기차에 몸을 던진 거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목숨은 붙어있었는데 두 다리가 잘렸다. 사람들은 살려보겠다고 진료소로 데려갔는데 과다출혈로 돌아가셨다"라며 울먹였다.

최금영은 "실려가면서 하는 말이 '밥을 달라. 난 살고 싶다'라 외치더라. 다리가 잘려나간 고통보다 배고픈 고통이 더 심했던 거다. 온동네가 조용해졌다. 그분의 아버지는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우리가 앉아있는 이 시간을 위해 총을 들었는데 북한에 잡혀서 그 아들은 밥 한 끼 못 먹고 돌아가셨다. 저희가 무슨 죄를 지었냐. 아오지 사람들은 원망하지도 불평도 않았다. 그런데 아오지 사람들을 몰아넣고 죽게 한 거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라 고백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더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는 최금영, 그는 "저희 반에 영희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날 영희가 달려오더니 '우리 엄마가 곧 죽을 거 같아'라며 우는 거다. 그래서 제가 먹고 있던 국수죽을 가지고 막 뛰어갔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옛날 모습이 아니었다. 미라가 누워있는 거다. 제 국수죽을 넣어드리려는데 제 앞에서 돌아가셨다. 눈앞에서 친구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충격인데 그 다음에 일어난 상황은 너무 무섭고 상상도 안가는 일이 벌어졌다.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저는 그때 얘기를 잘 꺼내지 않는다"라 조심스럽게 말했다.

최금영은 "영희는 굶주림에 울 힘도 없는 듯이 '엄마 엄마' 하고 우는데 영희 아버지는 정신이 반쯤 나가있었다. 그러더니 울고 있는 딸과 죽은 아내 옆으로 막 달려오더라. 돌진해서 하는 행동이, 죽은 아내를 옆에 두고 국수죽을 정신 없이 먹는 거다. 너무 충격이었다. 평소 금슬이 좋기로 유명한 부부였다. 그런데 극한의 배고픔이 사람의 정신과 생각을 마비시킨 거다. 그 영희 아버지 눈에는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보다 죽그릇이 눈에 들어온 거다. 저는 아무말도 못했다. 집을 오면서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럽고 잔혹하고 비극적인 죽음을 굶어서 죽는 거라는 생각을 했다"라 담담하게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여기 와서 아오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냐. 제가 대한민국에 와서 배고픔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지금이 소중하다. 불행이 깊은 만큼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제가 아오지 얘기를 잘 안한다. 오늘 용기내서 여러분들께 들려드렸는데 제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 이제부터 진짜다. 아오지 수저를 들고 태어나 지옥같은 아오지를 탈출해 인생역전을 사는 제 얘기를 다음 라운드에서 들려드리겠다"라 약속했다.

shy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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