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SC이슈] "박찬욱을 무시할 결심"…박찬욱 '헤어질 결심', 美오스카 후보 불발에 외신 비난 쇄도

조지영 기자

입력 2023-01-25 00:20

수정 2023-01-25 08:24

more
 "박찬욱을 무시할 결심"…박찬욱 '헤어질 결심', 美오스카 후보 불발에…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충격의 결과다. 지난해 전 세계로부터 극찬과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서스펜스 멜로 영화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 모호필름 제작)이 오는 3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쓰디쓴 결과를 받게 됐다.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의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던 '헤어질 결심'은 최종적으로 끝내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이변을 겪게 됐다.



24일(이하 현지 시각) 오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오는 3월 12일 열리는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종 후보를 발표했다. 올해 후보 발표는 배우 앨리슨 윌리암스와 리즈 아메드가 호스트로 나서 후보작 및 후보자를 소개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 감독)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양자경) 포함 11개 부문 최다 후보로 선정돼 다시금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넷플릭스가 제작한 독일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에드워드 버거 감독)와 '이니셰린의 밴시'(마틴 맥도나 감독)가 9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유력한 수상 후보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국내 '헤친자'들의 관심이 쏠렸던 국제장편영화상에는 믿을 수 없는 이변이 발생해 충격을 안겼다. 당초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1차 후보 발표 당시 국제장편영화상 예비 후보 15편 중 이름을 올려 최종 후보까지 무난히 진출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기대와 달리 최종 후보에 선정되지 못하고 고배를 마시게 돼 국내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올해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는 독일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영화 '아르헨티나 1985'(산티아고 미트레 감독), 벨기에 영화 '클로즈'(루카스 돈트 감독), 폴란드 영화 'EO'(예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 아일랜드 영화 '말없는 소녀'(콤 바이레아드 감독)가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헤어질 결심'의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불발은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팬들에게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가 인정한 거장 박찬욱 감독의 11번째 장편 영화이자 '아가씨'(16) 이후 6년 만에 한국 영화 복귀작이기도 한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새로운 공간과 관계의 변화, 그리고 진실의 변화에 따라 켜켜이 쌓이는 주인공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에 집중한 스토리와 연출로 전 세계 호평을 받았다. 이런 호평에 힘입어 '헤어질 결심'은 지난해 5월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취화선'(02, 임권택 감독) 이후 20년 만에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칸뿐만이 아니다. '헤어질 결심'은 아카데미 레이스 시즌에 맞춰 지난해 10월 14일 북미 개봉한 이후 유력 외신으로부터 찬사에 가까운 호평을 얻으며 박찬욱 감독의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했다. 개봉 당시 뉴욕타임스는 "'헤어질 결심'은 강렬한 오프닝과 더불어 박찬욱 감독만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관객을 단번에 현혹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느낌과 동시에 사정없이 마음을 흔들며 심장을 붕괴시킨다"며 '헤어질 결심'을 2022년 10대 영화로 선정했고 가디언은 "박찬욱 감독의 매혹적인 스릴러 속에서 탕웨이는 강렬하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며, 매력적이다"라는 호평을, 포브스는 "절제와 뉘앙스의 미학이 담긴 작품,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서스펜스와 왕가위 감독의 그리움이 어우러져 꿈같은 영화가 탄생했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당연히 아카데미 시상식에 걸맞는 '헤어질 결심'의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국내에서는 제43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여주연상(박해일·탕웨이), 각본상, 음악상까지 무려 6관왕을 수상한 데 이어 제42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제27회 춘사국제영화제, 제31회 부일영화상, 제58회 대종상 등에서 주요 부문상을 휩쓸었다. 해외에서는 칸영화제 감독상을 시작으로 제67회 바야돌리드 국제영화제(편집상), 제43회 보스턴 영화비평가협회상(편집상-김상범), 제21회 워싱턴 D.C. 영화비평가협회상(국제외국어영화상), 제35회 시카고 영화비평가협회상(외국어영화상, 촬영상-김지용), 2022 보스턴 온라인 영화비평가협회상(국제영화상), 제12회 세인트루이스 영화비평가협회상(외국어영화상), 제28회 댈러스-포트워스 영화비평가협회상(외국어영화상) 등의 수상 릴레이를 펼쳤다.

이를 바탕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예측하는 매체 골드더비 역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유력 후보로 '헤어질 결심'을 선택했다. 특히 골드더비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19)이 지난 2020년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최초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의 역사를 쓰기 전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선정했고 한국계 미국 연출자 정이삭 감독의 독립 영화 '미나리'(21)에서 활약한 윤여정 또한 2021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유력 수상자로 예측, 놀라운 적중률을 보였다.

이렇듯 남다른 아카데미 시상식 예측으로 관심을 받았던 골드더비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가 발표되기 전 공개한 예측 발표에서 국제장편영화상 후보로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1위로 선정했고 이어 '헤어질 결심'을 2위에 올렸지만 결과적으로 '헤어질 결심'을 제외하고 골드더비가 선정한 1위부터 6위까지 국제장편영화상 최종 후보로 선정돼 아쉬운 뒷맛을 남겼다.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로 불발된 '헤어질 결심'에 대해 영화계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헤어질 결심'은 미장센이 뛰어난 박찬욱 감독의 마스터피스임이 분명하나 서스펜스 로맨스라는 장르적 한계와 치열한 오스카 레이스에서 캠페인에 뒤처진 부분도 최종 후보 탈락의 주요 원인으로 떠올랐다. 혹자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중국계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를 소재로 많은 할리우드 내 많은 관심을 받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게 주요 부문 후보를 몰아주면서 시상식 내부적으로 '아시아 쿼터'를 채웠다고 여겼기에 '헤어질 결심'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박탈됐다 평가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외신들의 반응도 '헤어질 결심'의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불발에 대해 이변으로 꼽았다. AP 통신은 "올해 오스카의 가장 큰 놀라움 중 하나는 호평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로맨틱 누아르 '헤어질 결심'이 배제된 것"이라며 의문을 가졌고 버라이어티는 "적어도 '헤어질 결심'은 국제영화상 후보로 확실해 보였다. 박찬욱 감독도 감독상 (반전의)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박찬욱 감독을 무시했다. 글로벌 영화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고 두드러진 영화감독 중 한 명에게 때늦은 오스카의 순간을 줘야 할 기회마저 놓쳤다"고 비난했다. 매셔블은 "칸영화제 선두주자였던 '헤어질 결심'을 무시하기로 한 아카데미의 결심은 절대적인 범죄"라고, 인사이더는 "'헤어질 결심'의 후보 탈락은 올해 가장 큰 퇴짜 중 하나. 일부 사람은 '아카데미의 억지'라고 평했다"고 비난했다.

여러모로 아쉬움을 갖게 된 '헤어질 결심'이지만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전 세계가 인정한, 이견 없는 '올해 최고의 마스터피스'인 '헤어질 결심'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아픔을 잊고 오는 2월 19일 열릴 제76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집중할 계획.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비영어영화상 후보에 선정된 '헤어질 결심'이 척박한 환경 속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은 2018년 열린 제71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가씨'로 한국 영화인 최초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은바, 다시 한번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의 저력,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 미학을 입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