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령은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화령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대군들을 수업에 참석시키기 위해 비단 치마폭 아래 부스터를 단 듯 빠른 발로 궁궐 곳곳을 누비며 기존의 사극에선 상상도 못했던 모습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간 당연시 여겨졌던 궁궐 내 정적인 여인들 특히 중전에 대한 전형적인 모습을 탈피하며 '슈룹'의 포문을 강렬하게 연 것.
화령의 캐릭터는 기존 사극에서 배우자로서 왕을 내조하는 내명부 '안 사람'에만 국한됐던 포지션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왕 이호(최원영 분)에게 직접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조언하는 것은 물론 차마 전하기 힘든 입에 쓴 말도 스스럼없이 고하며 기존 사극 속 중궁전 담을 넘어서기 힘들었던 중전의 역량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령은 자신과 아들들에게 닥친 문제들에 있어서도 앉아서 고민하기보다 스스로 방법을 찾아 나서는 것을 택했다. 세자(배인혁 분)가 몸져누웠을 때도 직접 원인을 캐는 등 발로 뛰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이 남다른 감화를 안긴 것. 여기에 대군들의 교육에도 '해야 한다'는 강압보다 본인이 먼저 밤을 새우며 학문을 독파하는 모습으로 기존 사극의 어머니상을 뛰어넘는 캐릭터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