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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결국 로맨스?"..드라마에 찾아온 비혼 과도기

문지연 기자

입력 2020-07-14 14:54

수정 2020-07-1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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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로맨스?"..드라마에 찾아온 비혼 과도기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현실에서 거세게 부는 비혼의 바람이 드라마로도 흘러들어갔다. 지난달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혼인 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21.8%나 감소한 1만 5670건이었다. 이른바 'N포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이 기혼대신 미혼, 여기에 더 나아가 비혼을 택하며 방송가에도 '비혼'이 또다른 트렌드로 자리잡은 바. '비혼'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이달 초 종영한 tvN '오 마이 베이비'나 최근 방송을 시작한 KBS2 '그놈이 그놈이다', JTBC '우리, 사랑했을까'는 모두 결혼에는 무관심한 여성들을 주인공이자 화자로 내세웠다. '오마베'에서는 서른아홉 아홉수에 빠진 육아지 더 베이비의 차장 장하리(장나라)가 주인공이었고, '그놈이 그놈이다'에서는 웹툰 기획 PD인 서현주(황정음)가 등장부터 비혼을 선언하고 나서며 색다른 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다. 여기에 '우리, 사랑했을까'의 노애정(송지효)은 이름부터 '노(NO)' 애정으로, 그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냈다.

방송가 밖 현실세계에서 강하기 불어오는 비혼의 바람을 방송사가 빠르게 잡아내기는 했지만, 아직은 드라마 설정상의 일부 소재로만 활용이 될뿐, 시청자들의 확실한 공감을 얻기에는 무리인 부분이 속속 보이고 있다. '오마베'는 결혼은 건너 뛰고 아이만 갖고 싶은 장하리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담기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한이상(고준)과의 진정되고 진실한 사랑을 깨달으며 결혼은 아니지만, 동거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됐고, 결국 시청자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비혼을 내세우며 신선하게 시작한 드라마 역시, 사랑의 결실을 맺으며 마무리되는 등의 고정관념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새롭게 등장한 '그놈이 그놈이다'의 방향성 역시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수준. 전생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주인공 서현주가 사랑에 빠져봤자 '그놈이 그놈'이라는 생각을 하고, 이 때문에 결혼과 임신은 물론 연애까지 거부한다는 부분에서, 결국엔 사랑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고 두 남자 주인공 중 한 명과의 연애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고 있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비혼을 선택하게 됐다는 1차원적 설정이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한풀 꺾었다. 이 이야기는 결국, 황지우(윤현민)와 박도겸(서지훈) 중 한 명의 남성과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당연한 상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싱글맘 노애정의 '아이 아빠 찾기'라는 콘셉트를 가져와 4대1 로맨스를 펼치는 '우리, 사랑했을까' 역시 지금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꿈을 위해 앞으로만 나아가는 노애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결국에는 네 남성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져 가족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비혼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발상을 가져왔음에도 결국엔 전통적이고 고정적인 드라마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트렌드인 비혼 등을 시청자들 앞에 가져온 시도는 좋았지만,현재로서는 비혼 과도기, 반쪽짜리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는 평을 피할 수는 없다. 여기에 여성과 남성 등이 혼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이야기를 담는 대신, 사랑을 통해 비로소 한 사람으로서 완성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 역시 최근 시청자들의 시점과는 벗어난 이야기.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에 "비혼 여성들이 늘어나고, 비혼을 생각하는 여성들이 주시청층인 2040 여성들과 합치된다는 점에서 그들의 관심을 반영한 드라마가 기획되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며 "다만 비혼을 원했던 여성들이 모두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잘살았다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전개는 실망을 안길 뿐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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