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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림이 주는 묵직한 울림 "대한민국-재일동포 대표"

김가을 기자

입력 2020-01-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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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림이 주는 묵직한 울림 "대한민국-재일동포 대표"
17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벨로드롬에서 국가대표 선수단 훈련개시식이 열렸다. 유도 안창림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진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1.17/

"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이지만, 동시에 재일교포를 대표해 뛰는 선수이기도 하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유도 에이스' 안창림(26)의 각오는 남다르다. 1994년 일본에서 태어난 안창림은 재일교포 3세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일본에서 다녔다. 특히 쓰쿠바대학교 2학년이던 지난 2013년에는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일본 대표팀의 귀화 요청도 있었다. 하지만 안창림은 2014년 한국으로 건너와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세계를 누볐다.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 안창림은 "이번 올림픽은 의미 있는 무대다. 경기가 열리는 도쿄무도관은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장소다. 도쿄는 1년에 몇 번이나 가는 곳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배제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훈련하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이지만, 동시에 재일교포를 대표해 뛰는 선수이기도 하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다. 안창림은 대한민국 선수인 동시에 재일교포를 대신한다. 다소 특이한 이력이다. 하지만 이렇듯 다소 '독특한' 스토리를 가진 선수는 안창림 뿐이 아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귀화 선수, 혼혈 선수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선수들이 꿈을 향해 질주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 럭비대표팀의 안드레 진 코퀴야드(29)는 혼혈 선수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안드레는 지난 2017년 특별귀화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안드레는 미국 17세 이하(U-17) 대표팀에서 뛴 경험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도쿄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24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도전하는 남자농구에는 귀화 선수가 있다. 라건아(31)가 그 주인공이다. 라건아는 앞서 태극마크를 달고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국제농구연맹 중국월드컵 등 세계무대를 누볐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엇갈린다. 최근 라건아가 경험한 인종차별이 대표적인 예다. 라건아는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인종 차별적인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는 "이런 메시지를 받곤 했지만 최근 아내와 딸을 공격하는 내용까지 늘어났다. 법적으로 대응할 것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다. 귀화 이후에 이런 메시지가 더 늘어났다. 그러나 나와 가족 모두 한국 생활에 만족하며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사실 '외국에서 온 태극전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부터 명암이 공존했다. 나고 자란 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서천오 럭비대표팀 감독의 말은 의미가 있다. 서 감독은 안드레를 한국 이름 '김 진'으로 불렀다. 그는 "진이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다만, 혼혈 선수일 뿐"이라며 자부심을 불어넣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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