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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가족도 못 알아봐"…윤정희, 10년째 알츠하이머 투병→응원 물결

정유나 기자

입력 2019-11-1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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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못 알아봐"…윤정희, 10년째 알츠하이머 투병→응원 물결


[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배우 윤정희(75)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려 10년째 투병 중이다.



윤정희의 남편이자 피아니스트 백건우(73)는 10일 공개된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내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을 알렸다.

모든 해외 공연까지 함께 다니며 결혼 40년간 아내 윤정희와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다는 백건우는 "윤정희에게 10년 전 시작된 알츠하이머 증상이 심각해졌고, 이에 딸과 함께 파리 근교에서 요양 중이다"고 밝혔다.

백건우의 설명에 따르면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증상은 10년 전쯤 시작됐다. 백건우는 "세계 각지로 연주 여행을 함께 다니면 환경이 계속 바뀌니까 겉잡지를 못했다. 여기가 뉴욕인지 파리인지 서울인지. 본인이 왜 거기 있는지. 또한 '30분 후 음악회가 시작한다' 하면 '알았다' 하고 도착하면 또 잊어버린다.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한 100번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식이었다"고 심각한 아내의 증세를 설명했다.

당초 백건우는 아내의 간병을 도맡아왔지만, 아내도 너무 힘들어하고 도저히 둘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한국에서 머물 곳을 알아봤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많이 알려진 아내가 머물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고, 현재는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딸의 집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백건우는 아내의 병을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접시에 약을 골라서 놓고, 먹을 걸 다 사와서 먹여주고 했다. 그 사람이 요리하는 법도 잊어서 재료를 막 섞어놓고 했으니까. 밥 먹고 치우고 나면 다시 밥 먹자고 하는 정도까지 됐었다. 딸을 봐도 자신의 막내 동생과 분간을 못했다. 처음에는 나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내가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아무리 영화를 봐도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질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딸 진희씨도 "엄마는 본인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지만 병이라고는 인정하지 않으시는 상황이다"라며 "나를 못 알아볼 때가 정말 힘들었다. 내가 '엄마' 하면 '나를 왜 엄마라 부르냐'고 되물었다. 지금은 엄마가 머무는 곳에 엄마가 익숙한 사진과 십자가, 옛날 잡지 같은 것을 가져다 놨다. 5월부터 요양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제 많이 편해지셨다"고 전했다.

윤정희는 문희, 남정희와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리며 60년대를 휩쓸었던 영화계 대표 스타다. 1965년 오디션에서 발탁돼 67년 '청춘극장' (감독 강대진)으로 데뷔한 이후 한 시대를 이끌었다.

특히 윤정희는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에서 알츠하이머를 앓고 중학생 외손자와 함께 살아가며 시를 쓰는 할머니 미자 역을 맡아 15년 만에 영화계에 복귀했다. 공교롭게도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증상은 '시' 촬영 즈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건우는 당시에 대해 "그때 배우로서 자존심 때문에 출연했는데 긴 대사는 써놓고 읽으면서 했다"며 "그 뒤에도 영화를 한편 더 하고 싶어서 시나리오도 같이 봤는데 잘 안되더라. 상을 받으러 올라가기도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딸 진희씨는 어머니의 병을 세상에 밝히는 이유에 대해 "엄마는 요즘도 '오늘 촬영은 몇시야'라고 물을 정도로 배우로 오래 살았던 사람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사람이다. 이 병을 알리면서 엄마가 그 사랑을 다시 확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엄마에게 사랑의 편지를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지금 엄마에게 그게 정말 필요하다"고 전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윤정희의 투병 소식을 접한 대중과 많은 영화 팬들은 응원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jyn20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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