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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역사→가치→고민…인문학, 예능 新판도 만들다

고재완 기자

입력 2019-10-21 15:26

역사→가치→고민…인문학, 예능 新판도 만들다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대학에서도, 사회에서도 인문학은 기피 장르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최근 방송, 특히 예능을 통해 인문학이 각광받고 있다. 단순히 웃음을 파는 예능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예능이 인기를 얻고 있다.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포문을 연 예능의 인문학 접근은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MBC '같이 펀딩'은 유준상의 '국기함 프로젝트', 장도연의 '같이 사과' 등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공유경제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태극기함부터 낙과 피해 농가 돕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아이디어를 꺼내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가치 있는 일'은 지루하고 뻔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예능이 가진 웃음에 감동과 의미까지 선사한다.

게다가 태극기함은 1~4차 펀딩에서 준비한 수량이 모두 마감됐고 21일 오전 기준 목표 달성율은 1만9774%, 모금액은 16억1160만8500원에 이른다.

유인나와 그의 파트너 강하늘이 여러 사람의 인생 책에 담긴 사연을 들어보고 결정한 오디오북은 오픈 40여 분만에 목표액을 100% 달성했고, 2시간 만에 모금액 1억을 돌파했다. 현재 목표 달성률 4263%, 모금액 2억5578만5000원을 기록 중이며 꾸준히 참여자가 늘고 있다.

노홍철이 진행한 소모임 '노!포!투!어!'는 평일 오후에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나흘 동안 1600여명이 신청했다. 20일 펀딩을 시작한 '같이 사과'와 '바다 같이' 역시 일찌감치 목표 달성을 이뤘다. 각각 목표 달성률 1767%, 1742%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펀딩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트렌드인 '선한 영향력'의 중심에 섰다.

MBC '선을 넘는 녀석들-리턴즈'(이하 선녀들)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20일 방송에서는 평균 시청률 5.3%(닐슨코리아 집계·수도권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5.8%까지 치솟았다.

이날 멤버들은 판문점과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아 남-북-미 정상의 첫 크로스 악수가 이루어진 곳을 비롯해, 뉴스나 영화 속에서만 봤던 판문점의 실제 모습을 목격한 후 감탄했다. 설민석은 1976년 벌어진 도끼만행사건까지 설명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모았다.

서장훈과 이수근이 MC를 맡고 있는 KBS Joy 오리지널 콘텐츠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전형적인 상담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안녕하세요'처럼 독특한 주제보다는 현실적이고 진지한 상담을 웃음으로 승화한다. 이혼 가정의 자녀로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다 검정고시를 보고 배우의 꿈을 키우는 의뢰인, 공황장애까지 앓게된 20대 이혼녀 의뢰인 등이 등장해 고민 상담을 했고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형식은 점집이지만 내용은 힐링 상담으로 구성돼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단순히 웃긴 이야기를 나열하는 토크쇼가 쇄락하고 리얼버라이어티 역시 식상한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수준은 상승했다. 그래서 여러방면으로 적용이 가능한 인문학적 접근이 각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재 고갈에 시달리던 제작진 입장에서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뒀던 인문학이 구세주처럼 떠오른 상황이다.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의 수준까지 높아지면서 앞으로의 예능 방향성까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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