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아니 제작 단계부터 뜨거운 화제작으로 떠오른 영화 '82년생 김지영'(김도영 감독, 봄바람 영화사 제작)이 개봉을 일주일 담겨두고 실시간 예매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에 페미니즘 열풍을 몰고 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조남주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작품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무색할 정도로 언론시사회 이후 영화의 매끄러운 만듦새로 벌써부터 호평을 이끌고 있다.
무엇보다 훌륭한 건 배우들의 연기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30대 보통 여성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돼 버린 '김지영'이라는 캐릭터의 얼굴을 용기 있게 자처한 정유미. 그리고 그런 김지영을 둘러싼 모든 주변인물을 연기하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눈부시다.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배우는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공유다. 공유는 2016년 1000만 관객을 불러 모은 대형 좀비블록버스터 '부산행'(2016, 연상호 감독)과 750만명을 동원한 '밀정'(2016, 김지운 감독)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며 톱 배우로서의 스타성을 제대로 보여줬을 뿐아니라 당시 비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 역사를 다시 쓴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의 주연을 맡으며 전 아시아에 '공깨비' 열풍을 일으켰다. 그야말로 '공유 신드롬'이었다.
작품 선택 뿐만 아니라 공유가 영화 속에 보여줬던 모습 역시 완전히 새롭다. '82년생 김지영'에서 공유에게는 그간 스크린에서 보여줬던 액션 스타의 이미지는 물론, '도깨비' 속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가 연기하는 대현은 누군가의 남편이자, 누군가의 아들, 또 누군가의 아빠인 평범한 30대 직장인으로 공유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현실에 발 붙이고 있는 평범한 캐릭터. 공유는 한층 힘을 빼고 편안한 연기톤으로 그런 대현의 모습을 완벽히 스크린에 그려냈다.극중 대현은 원작 소설에 비해 더 '이상적인 좋은 남편'으로 그려진다. 누구보다 아내를 걱정하고 아내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누가 봐도 좋은 사람'인 대현조차 집안일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닌 '내가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거나 너무나 당연한 듯 '밥을 차려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은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일들이 문제점으로조차 인식도지 못할 정도로 얼마나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공유 역시 이 같은 캐릭터에 대해 "분명히 좋은 사람이자 이상적으로 보이는 대현조차 떤 차별이나 문제점을 모르고 있었다는 게 중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와 닿는 것들이 더욱 큰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