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전설적인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 '알라딘'(가이 리치 감독)이 전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누르고 1위 자리를 지키며 558만 관객(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했으며, 벌써 '어벤져스: 엔드게임', '캡틴 마블'에 이어 2019 전 세계 흥행 순위 3위에 올랐다. 북미에서만 2억6644만달러를 벌어들여 지난해 개봉해 전 세계적인 퀸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음악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기록(2억1642만 달러)까지 넘어섰다.(18일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알라딘'의 흥행의 중심에는 달라진 자스민이 있다는 데에는 관객과 비평가 모두 이견이 없다. 전 세계 음원 사이트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노래가 '알라딘'의 메인 주제가인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나 '아라비안 나이트'(Arabian Night)가 아니라 실사 영화에서 처음 삽입된 자스민의 솔로 테마곡인 '스피치리스'(Speechless)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영화 속 쟈스민은 원작 애니메이션과는 결을 달리하는 캐릭터다. 자스민은 본래 전통적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공주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똑 부러지고 강인한 캐릭터이긴 했지만, 개인적 성취보다는 사랑을 우선시했던 디즈니의 고질적인 공주의 틀을 벗어나진 못했다. 하지만 영화 속 자스민은 원작과 달리 알라딘과의 사랑보다는 개인의 성취와 목표에 집중하는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로 묘사된다. 아버지를 대신해 오랜 법률을 깨고 스스로 술탄(나라를 이끄는 최고 권력자)이 되는 길을 택하고 조신한 조강지처의 모습을 강요하는 이들에게 "결혼할 바에는 차라리 혼자임을 택하겠다"고 외친다. 왕위를 이어받을 정통 후계자임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이들에게 '더 이상 침묵은 없다'고 외치는 '스피치리스'의 노래 가사만 봐도 달라진 자스민의 모습을 알 수 있다.
디즈니는 '알라딘'에 이어 디즈니의 정통적 공주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백설공주'와 '인어공주'의 실사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작품들 속 공주들과 앞으로 디즈니에서 내놓을 수많은 애니메이션 속 여성 캐릭터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디즈니 작품을 즐기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