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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류덕환 "김명수, 잘생김이 독 될 날 올 것"

문지연 기자

입력 2018-07-21 07:16

수정 2018-07-2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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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덕환 "김명수, 잘생김이 독 될 날 올 것"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주인공 류덕환이 17일 청담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류덕환은 드라마에서 '판사계의 안테나' 정보왕 역을 맡아 열연했다. 능청스러운 연기부터 간질간질한 짝사랑 연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찰떡같이 소화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청담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 07.17/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류덕환을 만났다.



아역출신 배우로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먼저 알렸다. 류덕환은 1992년 TV유치원 '뽀뽀뽀'로 다섯살의 나이에 데뷔했고 연극 배우로도 활약했다.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2006)으로 제19회 청룡영화상 남우신인상을 수상했던 바 있으며 그 뒤 '우리동네'(2007), '그림자 살인'(2009) 등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류덕환은 SBS 드라마 '신의'(2012)에 공민왕으로 출연해 성인 연기자로 성장을 보여줬고 OCN '신의 퀴즈'를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네 개의 시즌을 홀로 이끌기도 했다. 지난 16일 종영한 JTBC '미스 함무라비'(문유석 극본, 곽정환 연출)은 류덕환에게는 군 전역 후 첫 작품. 류덕환은 '미스 함무라비'에서 중앙지법 최고의 정보통이자 임바른(김명수)의 친구, 그리고 이도연(이엘리야)와 러브라인을 그리는 정보왕으로 출연했다.

'미스 함무라비'를 군 전역 후 첫 복귀작으로 정한 데에는 문유석 판사에 대한 류덕환의 호기심이 원인이 됐다고. 류덕환은 "군대에 있을 때 작가님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었었는데 '미스 함무라비'의 작가님이 그 책을 쓴 작가님인줄 몰랐다. 두 작품을 쓴 작가님이 동일인물이라기에 팬이 됐다. 그래서 이 작품을 안 하더라도 작가님은 꼭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류덕환은 '미스 함무라비'를 통해 군 생활로 잃었던 인간애를 되찾을 수 있었다고. 그는 "군대라는 조직이 계급으로 나뉘어 있다. 그 속에서 눈치도 보고, 결국엔 류덕환이란 인간도 어떻게든 휴가를 받아서 거기서 나가는 게 목적이었고, 계급으로 사람을 판단했다. 그리고 결국엔 빨리 전역을 하는 게 목적이 되면서 인간애가 점차 사라지더라. 그런데 정보왕이란 캐릭터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도 있고 인간을 가장 좋아하는 친구였다. 그러다 좋은 사랑을 만나서 성장을 하는 부분들도 그려지면서 내가 한다면 2년간 연기를 쉬면서 못했던 부분들을 채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랑 캐릭터도 잘 맞은 거 같다"고 설명했다.

정보왕은 류덕환이 맡았던 캐릭터들 중 쉬운 편에 해당했다고. 역할은 판사였지만, 어려운 법 용어를 끊임없이 내뱉는 것도 아니었고 무거운 감정선을 가진 캐릭터도 아니었기에 류덕환 입장에서는 "어렵지 않고 힘들지 않았던 캐릭터"라고. 류덕환은 "감독님과 다툰 것도 없었고 의견차도 없었다. 제가 보왕이를 나쁘게 말하자면 안일하게 생각한 것일 수 있지만, 어쩌면 그런 부분이 있어서 편했던 거 같다. 이엘리야 씨와도 외관만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었고 한 집단 안에서 대립되는 다른 계급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걸 표현하는 것이 잘 맞았고 좋았던 거 같다"고 밝혔다.

'미스 함무라비'가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뤘지만, 류덕환은 본방송을 보지 않는다는 자신의 신념 때문인지 한 편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원래 제 방송을 안 본다. 영화도 안 본다"는 대답으로 '미스 함무라비' 속 인상 깊은 에피소드에 대한 답변은 피했다. 그가 작품을 제대로 보지않게 된 이유는 영화 '우리동네'를 찍다가 모니터링을 하는데 옷이 뒤집어져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라고. 류덕한은 "옷이 이상한 걸 보고는 그것만 신경을 쓰고 있더라. 나중엔 조명팀도, 분장팀도, 결국엔 감독님도 못 믿게될 거 같았다. 그래서 큰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연출을 공부하기 시작하고 대학원을 가고, 독립영화를 제작하게 됐다. 트라우마라면 트라우마다. 괜히 나만 아는 뭔가를 들킬까봐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류덕한은 "방송은 안 봤지만, 마지막회 대본을 받고 나서 작가님이 자신이 '미스 함무라비'를 쓴 이유가 본인이 판사로서 하지 못했던 것, 그리고 느낀 것, 행복하고 좋았던 것, 안좋았던 것들을 그려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왕이르 통해서 집단을 떠나 클럽에 가고 표출하고 그런 모습이 담긴 거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용기가 안 나서 못했던 것들. 그런 게 담긴 거다"며 추후 작품을 꼭 볼 예정이라는 말도 남겼다. 그는 "내년 봄 쯤에는 '미스 함무라비'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장면보다는 기억에 남은 대사는 있다고. 류덕한은 "안내상 선배님의 대사였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지만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나'라고 하는 대사가 있다. 저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 후배들이 저한테 뭔가를 물어보면 저는 마치 신구 선생님이라도 되는 듯이 답을 해준다. 근데 이게 맞는 건지, 얘네들에게 한 마디도 못하게 하고 나 혼자 떠드는데 기회는 줬던가 생각이 들더라. 인생으로는 고작, 갓 30대에 접어들었지만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지고 과도기를 지나다 보니 그런 대사들을 말로 할 수 있는 때가 곧 오지 않을까 싶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류덕환이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에는 김명수도 있다고. 류덕환은 김명수에 대해 "걔는 너무 잘생겼다. 그 잘생김이 나중에는 독이 될 떄가 올 것"이라며 "독이라는 것이 상대 연기자로 하여금 아무것도 못하게 만드는 독을 만들 수 있단 뜻이다. 같은 남자가 봐도 멍때리게 잘 생겼다. 인성도 좋다. 사람들한테도 잘한다. 장난기도 있는 친구다. 이번 작품으로 정말 좋은 동생을 얻었다. 촬영 때에도 즐거웠다. 명수는 자신의 고민과 걱정, 부담감에 대해 명확히 아는 친구다. 또 책임감이 있고, 앙탈을 부리고 마음을 표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한다. 위치에 대한 개념이 명확히 있는 친구라 마음에 들었다. 친구처럼 잘 해보자고 술도 많이 마시게 만들었고 현장에서 진짜로 친구처럼 지냈다"고 회상했다.

김명수는 스물 일곱 살. 류덕환은 그 나이 때의 자신을 생각하면 김명수를 함부로 놓치고 싶지 않단다. 류덕환은 "제가 원하지않았는데도 좋은 형들이 많았다. 제가 먼저 다가간 적도 없고 명수처럼 잘하지도 않았는데 저는 형들 좋은 형들을 만나서 자존심 부리지 않는 좋은 선배들을 만나서 그 형들이 저를 보살펴 주고 예뻐해 주고 챙겨줬다. 그래서 그런 형들이 있기 때문에 먼저 다가가고 싶은 거다. 분명 이 친구가 내색을 안 하는 것도 형들 입장에선 보이게 된다. 너 걱정 있다고 다가가면 안되고 너 왜 걱정있냐 표정 안 좋냐고 물어볼 수 있는 거, 그런 게 있게 만들어준 형들이 있던 거 같다"며 정재영, 신하균, 박해일, 그리고 김재욱 등 형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미스 함부라비'는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꿈꾸는 이상주의 열혈 초임 판사, 섣부른 선의보다 원리원칙이 최우선인 초엘리트 판사, 세상의 무게를 아는 현실주의 부장 판사, 달라도 너무 다른 세 명의 재판부가 펼치는 법정드라마. 지난 16일 마지막회는 5.3%(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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