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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민규동 감독 "'허스토리' 실존인물의 칭찬, 마음의 빚 조금이나마 청산"

조지영 기자

입력 2018-06-20 13:36

 민규동 감독 "'허스토리' 실존인물의 칭찬, 마음의 빚 조금이나마 청산…
영화 '허스토리'의 민규동 감독이 20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6.20/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민규동(48) 감독이 "실존 인물로부터 '잘 만들었다' 칭찬을 듣는 순간 내 삶의 의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뤄냈지만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시모노세키-부산) 재판을 영화화한 휴먼 법정 영화 '허스토리'(수필름 제작). 연출을 맡은 민규동 감독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허스토리'를 연출하게 된 의도와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1999년 김태용 감독과 공동 연출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통해 데뷔한 민규동 감독. 이후 '내 아내의 모든 것'(12)으로 460만명의 관객을 동원, 흥행 성적을 거뒀고 이어 '간신'(15)으로 제50회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 제48회 시체스 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그동안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0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11)을 통해 따뜻한 휴먼 감성을,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를 통해 섬뜩한 공포를, 또 '간신' 파격적이면서 스타일리시한 연출까지 극과 극을 넘나드는 장르를 시도해온 민규동 감독은 각기 다른 장르 속에서도 특유의 인간애를 그리며 자신만의 결을 드러냈다. 이번 신작 '허스토리'는 이러한 민규동 감독의 연출 색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역작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90년대 초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실을 최초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의 인터뷰를 보고 가슴 속 커다란 바윗덩어리를 얹었다는 민규동 감독은 10년 전부터 관부 재판을 다룬 '허스토리'를 준비했다. 관부 재판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10명의 원고단과 13명의 변호인이 시모노세키(하관)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를 상대로 23번의 재판을 진행한 사건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아낸 유의미한 재판.

민규동 감독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궤적을 쫓아가며 고증해 '허스토리'의 스토리와 연출을 견고하고 탄탄하게 만들었고 명배우들의 명연기를 덧대 스크린으로 완벽히 재현했다. 무엇보다 '허스토리'는 위안부 피해자의 참상을 다루는데 그쳤던 기존의 위안부 피해자 소재 영화와 달리 직접적인 묘사를 최대한 줄이고 부담 없이 편안하게, 또 따뜻하게 이야기를 풀어 공감을 산다. 플래시백(현재 시제로 진행하는 영화에서 추억이나 회상 등 과거에 일어난 일을 묘사할 때 쓰는 장면)을 지양하는 민규동 감독의 연출 방식이 '허스토리'의 진정성을 더욱 높였다.

인터뷰에서 만난 민규동 감독은 최근 부산에서 열린 '허스토리' GV(관객과의 대화) 당시 실제 6년간 관부 재판을 이끈 원고단 단장이었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 부산협의회 김문숙 회장을 만난 일화를 전하며 "최소한 한 사람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그는 "잊혀질뻔 한 역사를 외롭게 지키고 계신 김문숙 회장을 만났다. 사실 그 분을 2년 전 영화 크랭크 인을 앞두고 뵙고 이번에 아주 오랜만에 뵀다. 일부러 배우들에게도 실존 인물과 만남을 만들지 않았다. 배우들 자체가 캐릭터에 대한 무게감이 너무 큰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 실존 인물까지 만난다면 부담감이 배가 될 것 같아 일부러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며 "부산 시사회 때도 부산에 계시니까 편하게 오셔서 봐달라는 의미로 제작사 스태프가 초청을 했는데 나는 물론이고 배우들도 김문숙 회장이 오는줄 몰랐다. 나는 수필름 민진수 대표가 GV 직전 알려줘 긴장되는 마음을 가졌고 감사하게도 그분이 영화를 좋게 봐주셨다는 이야기에 한시름 놓게 됐다"고 웃었다.

이어 "영광스럽게도 GV 무대에 올라오셔서 많은 관객에게 '힘내세요'라고 말을 하는 순간 눈물을 안 흘릴 수가 없더라. 그 분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 아닌가. 자신이 지켜온 삶의 의미를 지키면서 후회하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게 작게나마 우리 영화로 위안을 받는 것 같아 너무 기뻤다. 관객 모두를 만족시킬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사람, 이분에겐 의미를 주는 영화를 만들었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민규동 감독은 "'허스토리'를 통해 겨우 무거운 마음의 빚, 돌덩이를 내려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돌덩이를 내려 놓기 위해 다시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허스토리'는 내가 초반에 기획했던 위안부 역사 3부작 중 가장 마지막 이야기다. 해방 직후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와 사이판에 끌려간 여성을 소재로한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다. 이게 첫 출발이 될지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나머지 이야기도 꼭 다뤄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허스토리'는 역사상 단 한 번, 일본 재판부를 발칵 뒤흔들었던 관부 재판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10명의 원고단과 13명의 변호인이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를 상대로 23번의 재판을 진행한 실화를 영화화했다.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선영, 김준한, 이유영, 이지하 등이 가세했고 '간신' '내 아내의 모든 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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