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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최고 평점→수상 불발"…'버닝'이라서 더욱 아쉬운 칸의 선택

조지영 기자

입력 2018-05-20 10:12

 "최고 평점→수상 불발"…'버닝'이라서 더욱 아쉬운 칸의 선택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뜨겁게 '버닝'한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파인하우스필름·NHK·나우필름 제작)이 아쉽게도 빈손으로 돌아오게 됐다. 영화제 내내 화제를 모은 '버닝'이기에 이번 칸의 선택이 더욱 아쉬운 순간이다.



'버닝'은 칸영화제가 총애하는 한국의 거장 이창동 감독이 전작 '시'(10) 이후 8년 만에 꺼낸 신작이다. 일본 최고의 현대소설 작가로 꼽히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3년 발표한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만든 이창동 감독의 6번째 장편 연출작인 '버닝'은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기대를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버닝'은 앞서 외신들로부터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었다. 일단 이창동 감독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전 세계 평단의 기대치를 올렸고 과거에도 이창동 감독은 '밀양'(07)으로 여우주연상(전도연)을, '시'로 각본상을 수상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엔 수상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큰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칸영화제는 '버닝'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실제로 칸영화제의 프로그래머들이 촬영 현장을 방문한 적도 있었다. 이런 여러 이유로 영화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이창동 감독, 그리고 '버닝'이었다.

'버닝'을 향한 기대는 영화제가 시작된 이후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칸영화제 후반부에 접어든 지난 16일 밤(현지시각)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공식 스크리닝을 통해 공개된 '버닝'은 약 5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마스터피스'라는 호평을 얻었다. 이를 입증하듯 스크린데일리, 아이온시네마, ICS필름 등 권위 있는 영화 전문지에서 최고 평점을 받았다. 특히 칸 영화제 공식 지정 영화지인 스크린데일리는 '버닝'에 영화지 역사 사상 역대 최고 점수(4점 만점의 3.9점)를 선사하기도 했다. 물론 최근 들어 영화지의 평점이 수상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줄었지만 그럼에도 '버닝'만큼은 낭보를 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버닝'의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언론과 평단의 기대와 달리 올해 심사위원들은 가족, 여성의 시각에 초점을 맞? 것. 칸영화제는 방황하는 청춘을 이야기 한 '버닝'이 아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에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안겼다. 그리고 '버닝'은 칸영화제 폐막식에 앞서 전 세계 권위있는 비평가들이 선정하는 국제비평가협회상과 미술, 음악, 촬영 등 가장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의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벌칸상(신점희 미술감독)을 수상했다. 다만 정작 '버닝'과 이창동 감독은 뜨거웠던 호평, 찬사와 달리 칸영화제에서의 본상을 단 한 개도 받지 못했다.

역대 최고 평점이 독이 됐다는 분석도, 또 심사위원들이 대부분 배우로 구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평점과 다른 선택을 하려는 심사위원들의 의도, 그리고 작품이 시사하는 고도의 메시지보다 대중성에 초점을 둔 심사위원들의 성향이 '버닝'을 빗겨나갔지 않았느냐는 영화계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칸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다. 그리고 더욱이 수상 여부가 영화의 질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이창동 감독과 '버닝'의 칸영화제 도전은 영화 전부터, 그리고 영화가 공개된 이후에도 뜨거운 반응이 계속됐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혜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를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등이 출연하고 '시' '밀양' '오아시스' '박하사탕'을 연출한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신작이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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