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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이판사판', '先당황 後감동' 요지경 드라마

백지은 기자

입력 2017-12-15 09:38

 '이판사판', '先당황 後감동' 요지경 드라마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수목극 '이판사판'이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판사판'은 오빠의 비밀을 밝히려는 법원의 자타 공인 '꼴통 판사' 이정주와 그녀에게 휘말리게 된 차도남 엘리트 판사 사의현의 이판사판 정의 찾기 프로젝트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의 첫 인상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4회까지의 전개에 현실성은 0.1%도 부여되지 않았고, 판사가 재판 도중 난동극을 벌인다거나 법정에서 판사를 대상으로 한 강간범의 인질극이 벌어진다거나, 경찰도 피한 강간범을 법복으로 제압한다거나 하는 말도 안되는 전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스토리 자체가 오버스럽고 황당하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 또한 붕 떠 보인 게 사실이다.

이렇게 시청자를 끔찍한 당혹감에 몰아넣던 '이판사판'이 갑자기 노선을 틀었다. 5회부터는 이제까지 벌여 놓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수습해 나가며 조금씩 무게감을 찾기 시작하더니 14일 방송분에서는 감동까지 선사했다.

14일 방송된 '이판사판'에서는 이정주(박은빈)와 사의현(연우진)이 장순복(박지아)의 무죄를 입증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조금씩 단서를 모은 이정주와 사의현 덕분에 장순복의 재심이 시작됐다.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두한 김익철(우정국)은 자신이 서기호를 죽였으며 간암 말기 투병 중이라고 고백했다. 결국 장순복은 누명을 벗고 가족과 재회했다.

장순복은 이렇게 해피엔딩을 맞았지만, 아직 도진명(이덕화)의 벽은 높았다. 도한준(동하)은 김익철에게 진실을 캐내려 했고, 사의현 또한 김익철이 미국에서 무슨 돈으로 생활했는지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이미 도진명은 간암 치료와 가족을 빌미로 김익철을 협박했고, 결국 김익철은 도진명과의 관계에 대해 함구했다.

수많은 장르물에서 수없이 봤던 법정신이지만 이날 방송된 '이판사판'의 법정신은 씁쓸한 감동을 안겼다. 돈과 권력의 유무에 따라 유·무죄가 결정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대로 담아낸 탓에 쓰디쓴 뒷맛을 남기기도 했지만, 정의 구현을 위한 판사들의 노력과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가 더해지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특히 "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함입니다. 또 진실이 거짓 앞에 가려져 단 한명의 억울한 사람도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도 있습니다. 사법부는 그동안 주권자인 국민들이 억울하게 당하지 않도록 거짓에 가려진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실현하도록 노력했습니다만 부족함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한 인간이 자신의 무고를 주장하며 불의에 맞서 10여 년을 진실을 찾으려 노력해왔습니다. 진실을 찾기 위해 끝까지 불의에 저항하고 굽히지 않는 것은 사법부가 나아가야 할 모습입니다"라며 정순복의 무죄를 선고, 정중하게 고개 숙여 사법부의 오판을 사죄하는 오지락(이문식) 이정주 사의현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울컥하게 했다.

이처럼 '이판사판'은 초반의 굴욕을 딛고 사법부의 정의구현에 초점을 맞추며 시청자의 마음을 조금씩 돌려놓고 있다. 극이 중심 메시지를 찾다 보니 초반 산만하게 보였던 복합 장르적인 요소 또한 호기심을 배가시키는 플러스 요인이 됐고, 꾸준히 잘해왔던 배우들의 연기도 제 빛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이판사판'은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다. 6%대까지 떨어졌던 시청률은 6.6%, 8.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까지 회복했고, 동시간대 1위를 달리는 KBS2 '흑기사'를 맹추격 하는 중이다. 의미있는 반전을 이뤄낸 '이판사판'이 이 기세를 타고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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