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사극 영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에서 정세를 직관적으로 보는 통찰력과 나라에 대한 지극한 마음을 지닌 이조판서 최명길 역을 맡아 흠 잡을 곳 없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가 연기하는 최명길은 고립무원 남한산성에서 청과의 화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하는 인물. 조정 내 반대 세력들의 비난 속에서도 홀로 청의 적진을 향해 화친을 도모하며 조선의 앞길을 모색하려 한다. 남한산성의 성문을 열기 위한 공격과 조선을 향한 무리한 요구가 거세지자 청에 화친의 답서를 보내 전쟁을 막고자 하지만 척화를 주정하는 김상헌(김윤석)의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이런 이병헌의 연기에 연출자 황동혁 감독 역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황 감독은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통해 "김상헌(김윤석)에 비해 최명길은 변화가 크지 않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밋밋한 연기가 나올 수 있을 만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밋밋하지 않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이병헌 선배님 밖에 없다"며 "바짝 엎드린 모습으로 러닝타임 내내 같은 말하기 방식으로 왕을 설득하는 최명길이지만 이병헌 선배님은 목소리 톤의 미묘한 변화로 캐릭터에 설득력을 불어넣다.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아니었으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을 거다"고 설명했다.'남한산성'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병헌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호칭에 대해 "감사한 동시에 그런 호칭으로 인해 내가 좁아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며 "어떠한 명칭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늘 벗어나려 새로운 연기와 선택을 하려 노력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고의 자리에도 늘 새로움에 도전하는 명품 배우 이병헌. 그가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던 '내부자들'로 데뷔 25년 만에 첫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묵직한 사극연기를 보여준 '남한산성'으로 2년 연속 수상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