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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왕사' 윤아 "임시완은 우정, 홍종현은 사랑"

백지은 기자

입력 2017-09-2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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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사' 윤아 "임시완은 우정, 홍종현은 사랑"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월화극 '왕은 사랑한다'로 새로운 도전을 마친 윤아는 밝고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왕은 사랑한다'는 매혹적인 아름다움 이면에 뜨거운 욕망과 정복욕을 품은 세자 왕원(임시완)과 강직한 품성, 사랑의 열정을 지닌 왕족 왕린(홍종현)의 브로맨스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은산(임윤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윤아는 은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은산은 왕원과 왕린의 사랑을 동시에 받지만 그 때문에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캐릭터다. 윤아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은산 캐릭터를 아름답게 그려내며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사전제작이다 보니 오래된 일 같이 느껴진다. 거의 5~6개월 촬영을 했다. 오랫동안 촬영한 작품이기도 하고 나한테는 첫 사극 드라마였기 때문에 새로운 점들이 많았다. 또래 배우들이 많아서 굉장히 재미있게 놀면서 촬영한 드라마다. 추억이 많았다. 너무나 다양한 감정선을 보여드릴 수 있는 캐릭터라 많은 경험이 됐다."

'왕은 사랑한다'는 윤아에게는 여러모로 색다른 도전이었다. 첫 사전제작 드라마이기도 했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사극이기도 했다. '무신 조자룡' 등 중국 사극을 경험한 적은 있지만, 국내 사극은 처음이었던 만큼 팬들은 높은 기대를 드러냈다.

"사전 제작 드라마가 조금 다른 점을 꼽자면 사전제작이 아닌 드라마는 촬영하면서 방송으로 모니터를 하면서 아쉬운 부분들을 다음 촬영에 보충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아쉬워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대신 더 집중할 수 있는 점은 좋은 것 같다. 어떻게 나올지 잘 모르니까 어떨까 싶긴 했다. 그런데 그만큼 분산되지 않다 보니 내 생각과 현장에서 감독님과 스태프와 호흡하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 면은 좋은 점인 것 같다. 사극을 하면서 액션을 대역 없이 해보려고 노력했다. 사극이다 보니 겨울부터 더워질 때까지 찍었는데 촬영 전 가장 중요했던 건 방한용품 준비였다. 너무 추웠다. 배우들끼리 이 아이템이 좋다고 추천해줬다. 이동거리가 길고 준비시간이 긴 것 빼고는 다른 현대극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사실 은산 캐릭터는 소화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삼각관계는 여주인공이 두 남자 사이에서 완급조절을 잘 해줘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는데다 은산이라는 역할 자체도 두 남자에 대한 사랑과 우정, 그리고 원수 가문과의 사랑 때문에 겪는 혼란과 아픔 등 복잡다난한 감정선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윤아는 '공조' 이전까지 주로 밝고 씩씩한 캔디형 캐릭터를 보여줬기 때문에 그가 은산 캐릭터를 얼마나 잘 소화할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쏠렸다. 하지만 윤아는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폭발적인 감정 연기로 은산 캐릭터를 그려냈다. 은산이 왕린을 위해 어머니를 살해한 왕전을 감쌌지만, 이후 그에게 복수의 칼을 빼든 장면은 '왕은 사랑한다'의 명장면 중 하나이자 윤아의 연기적 성장을 엿볼 수 있었던 신이었다.

"내가 한단계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매 작품을 할 때마다 그 작품을 함으로써 경험이 많이 됐고 다음 작품을 할 때 성장된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좋은 것 같다. 내가 제일 감정적으로 많이 느껴졌던 건 원성공주가 증인으로 왕전이 어머니를 죽였다는 걸 말하라고 하고, 내가 왕린을 보며 왕전공자가 어머니를 죽인 게 아니라 왕전 공자 때문에 살았다고 말하는 신이었다. 그 신을 찍을 때 정말 늦은 새벽이고 너무 추웠는데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계속 눈물이 났었다. 아무래도 산이 감정신 중에 가장 감정이 셌던 회차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바로 왕전 공자를 죽이러 가는 신이었다. 그 두 신이다. 그런데 늘 느낀 것 만큼 표현이 안나오더라. 어떻게 하면 그게 표현이 되는 건지 아직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은산의 감정 조절이었다. 왕원과 왕린 사이에서 갈등하고 흔들리는 은산의 모습을 보며 그가 누구와 맺어질지 궁금증을 갖게 했다. 삼각멜로에서 가장 중요한 긴장감을 제대로 살려낸 것.

"산이가 원을 좋아하는 건지 린을 좋아하는 건지를 많이 궁금해하신다. 아무래도 둘과의 감정선과 사랑이 중요했던 것 같다. 나도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었다. 산이는 둘다 좋아하지만 사랑의 느낌이 다르다. 원은 사람으로서 친구로서 사랑하는, 우정이 좀더 깊은 느낌이다. 린은 내가 항상 기댈 수 있는 멜로의 감정이었다. 나도 마지막회가 나오기 좀 전까지는 많이 헷갈렸다. 마지막회를 보고 나서는 미리 알았으면 좀더 확실하게 둘에게 표현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긴 했다. 하지만 나도 (결말을) 모르는채 그 상황을 그대로 느끼면서 했던 것도 좋았던 것 같다."

'왕은 사랑한다'는 원작과 같으면서도 다른 엔딩을 맞았다. 원작에서는 왕원이 왕린을 추방하고, 은산이 그를 찾아 고려를 떠나는 설정이었지만 드라마에서는 왕린과 은산을 남기고 왕원이 원나라로 떠나는 엔딩이었다.

"원작에서는 린과 연결된다고 들었는데 각색이 되다 보니 누구랑 연결될지 확신을 모르겠더라. 누구랑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나도 궁금했다. 결국 원이 원나라로 떠나고 린과 산이 고려에 남는 엔딩이다. 그 신이 정말 찡했다. 나는 좋은 것 같다. 엔딩을 보며 배우들이 모두 '엔딩이 너무 좋다'는 얘기를 했었다. 우리가 원과 헤어지는 인사를 하면서 마지막에 원이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그걸 보는데 너무 찡했다. 원산린 다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윤아였지만 홍종현과의 키스신 이야기가 나오자 살짝 민망한 기색이다. "너무 친해진 상태에서 키스신을 찍는 거라 촬영할 때만 살짝 민망하고 컷 하면 똑같이 얘기하고 그랬다. 괜히 민망했다. 배려심이 깊다. 사람들도 잘 챙겨준다. 내가 맨날 자상남이라고 했다. 세심한 편이다. 그래서 전혀 문제는 없었다"는 설명.

어쨌든 이번 '왕은 사랑한다'를 통해 윤아는 연기자로서 한단계 성장했다, 혹은 탈아이돌화에 성공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물 오른 비주얼 만큼, 연기력도 일취월장했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마음가짐이 달라진 건 있는 것 같다. '공조' 'THE K2' '왕은 사랑한다'를 통틀어 봤을 때 '공조'를 찍기 전 2년 정도 공백기가 있었는데 그 시기에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차기작을 100% 만족하지 않아도 얼른 얼굴을 비추고 많은 작품을 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점점 지나다 보니까 '이렇게 시간이 지나버린다면 아예 좀더 기다렸다 내가 더 자신있고 잘할 수 있겠다, 혹은 더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생겼을 때 도전해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 동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주변의 시선이나 평가에 대해 의식을 많이 했는데 그런 부분을 많이 내려놨다. 도전에 대해 두려움이 없어진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 뒤로부터 내가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보다는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에 중점을 두고 하게 됐다. 예전에는 많이 신경 쓰기도 했고 조바심도 많았다. 이제는 그런 부분이 많이 없어지기도 했고 느려진 것 같다. 예전에는 조급했다면 지금은 더 편안해진 느낌이 있다. 또 연기적으로 궁금한 게 많아졌다. 그래도 얻은 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되거나 아쉽거나 한 건 거의 없는 것 같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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