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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무도'의 파격 실험, 지상파 시즌제 첫 단추 꿰나

최보란 기자

입력 2017-01-11 09:34

수정 2017-01-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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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도'의 파격 실험, 지상파 시즌제 첫 단추 꿰나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지상파가 시즌제를 꿈꾸고 있다.



최근 너도 나도 시즌2를 기약하며 막을 내린 예능 프로그램이 적지 않으나, 그 중 몇 개의 프로그램이 돌아올 수 있을지는 조금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지난해 9월 정규 편성된 MBC '미래일기'는 방송 시작 전부터 '지상파 최초 시즌제'를 선언해 눈길을 모았다. 출연자가 계속 바뀌는 콘셉트와 비연속적인 구성, 영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분장팀의 여건 등을 고려해 시즌제가 적합하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한 시즌이 몇 회 분량이 될지는 알 수 없었고, 이후 8회만에 '시즌 종료'라며 막을 내렸다.

7회 만에 막을 내리게 된 SBS '씬스틸러-드라마전쟁'은 정규 편성 이전부터 SBS가 5년만에 선보이는 시트콤 '초인가족 2017'의 후속 편성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던 상황. '초인가족'이 2월부터 방송되는 것으로 알려졌기에 '씬스틸러' 편성 변화의 귀추도 주목됐다. SBS는 이와 관련해 '미정'이라고 밝혀 왔으나, 결국 지난 4일 "'씬스틸러'의 시즌제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오는 30일 종영을 알렸다.

이에 앞서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도 시즌2로 돌아온다는 각오와 함께 지난해 12월 막을 내렸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꿈계'를 통해 출연진들이 돌아가면서 각자의 꿈을 실현하는 콘셉트로, 김숙-라미란-홍진경-민효린-제시 5멤버의 꿈을 모두 이룬 뒤 행보가 주목됐다. 결국 똑같은 포맷을 반복하기보다는 재정비의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앞서 8월 SBS는 '보컬 전쟁 : 신의 목소리'가 처음부터 시즌제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며, 폐지가 아닌 시즌1 종료라고 밝히며 프로그램의 막을 내렸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도 시즌3를 기약하며 지난해 11월 퇴장했다. SBS '일요일이 좋다' 1부를 책임졌던 '판타스틱 듀오'도 지난해 11월 시즌1의 대단원을 마쳤다.

이처럼 일견 지상파에서도 최근 시즌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 가운데 현재까지 시즌2가 가시화 된 예능은 '언니들의 슬램덩크'와 '판타스틱 듀오' 정도.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시즌2의 새로운 콘셉트와 출연진과 관련한 소식이 전해지며 본격적인 시즌2 컴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판타스틱 듀오' 또한 시즌2 기획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상파가 꾸고 있는 시즌제의 꿈은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농촌편과 어촌편, '신서유기' 등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tvN은 이제 시즌제로서 시청자들의 인식 속에도 완전히 정착됐다. 이처럼 시즌제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편성이 유연해야 하는데, 지상파는 당장 시즌 종영 이후 어떻게 될지 예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상파에서 말하는 시즌제는 아직 이 같은 치고 빠지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에 기약없는 약조처럼 들린다. 이 때문에 실제 다음 시즌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인지, 시즌제가 어쩌면 핑계있는 무덤은 아닐지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 혹은 다음 프로그램 준비기간을 떼우기 위한 임시방편을 시즌제로 에둘러 표현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지상파에서 가장 간절하게 시즌제에 대한 희망을 드러낸 '무한도전'이 '정상화' 기간을 선언했다. 약 7주간 그 동안 권상우와 정준하의 러시아 여행기를 담은 '사십춘기'가 3~4주 편성되고, '무한도전' 레전드 편이 자리를 채울 예정이다. 최소한의 공백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기 위해 '무한도전'의 고민이 느껴진다.

지상파가 예능에 시즌제를 과감하게 도입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광고 매출 같은 기득권을 버리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시즌제를 유지하려면 특정 예능 하나만의 시즌제로는 유지가 힘들다는 말이다. 광고 매출과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입장과 퇴장하기 위해서는 스핀오프 혹은 여러 시즌제 프로그램이 서로 믿고가는 협업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현재의 시스템과 안정성을 유지하려고만 하다가는 '무한도전' 같은 효자 프로그램도 결국 지쳐 쓰러지게 될 지도 모른다. 이는 기존의 기득권까지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상파가 케이블과 종편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시즌제 시스템에 대한 과감한 결단과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언젠가 '무한도전' 또한 고민과 부담없이 시즌제를 선언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려본다.

ran61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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