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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토크②] 조진웅 "`시그널`로 한동안 우울..`안투라지`로 치유했다"

조지영 기자

입력 2016-11-30 16:47

수정 2016-12-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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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진웅 "`시그널`로 한동안 우울..`안투라지`로 치유했다"
◇ 2016년 1월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이재한 형사, 이재한 선배로 신드롬을 일으킨 조진웅. 올해 하반기엔 '안투라지'를 선택, 스타 군단을 거느린 매니지먼트 대표 김은갑으로 변신했다. 그야말로 '대세 of 대세'로 떠오른 그가 지난여름 연기 혼을 불태웠던 '안투라지' 현장으로 스포츠조선 '출장토크'를 초대했다. 뉴미디어팀 이새 기자 06sejon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 초 시청자 가슴을 목메게, 먹먹하게, 시큰하게 만든 한 편의 인생드라마. 배우 조진웅(40) 또한 그랬다. 에피소드마다 힘들었고 괴로웠으며 뭉클했다. 단지 드라마가 아닌 우리네 이야기였던 tvN '시그널'(김은희 극본, 김원석 연출). 비록 지난 작품이지만 조진웅에게 '시그널'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사람 사는 이야기, 사람 사는 향기가 가득했던 '시그널'을 추억하며 시큰해진 가슴을 쓸어내릴 뿐이다.



조진웅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방송된 '시그널'에서 세상에 묻어도 될 범죄는 없다는 신념 하나로, 한 번 파헤친 사건은 무조건 직진하는 정의로운 형사 이재한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이재한의 고군분투는 조진웅의 표정, 말투, 행동을 통해 진심이 고스란히 전달됐는데 조진웅의 인생 연기라고 표현할 만큼 부족함이 없었다. 이재한이 곧 조진웅이었고 조진웅이 곧 이재한이었던 '시그널'. "과거는 바뀔 수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 대사는 아직도 많은 이들을 뭉클하게 만든다.

"'시그널'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진심이 무엇인지 보여준 작품이죠. 어느덧 전작으로 남아버린 '시그널'을 생각하면 '내가 정말 흥 나게, 재미있게 연기했구나' '또 이렇게 연기할 수 있을까?' 싶어요. 물론 소재는 절대 재미있을 수가 없었지만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만만치 않았던 이야기의 연속이었잖아요. 초반에는 '어떻게 감당하고 연기하지?' '시청자가 감당하며 볼 수 있을까?' 등 걱정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연기 자체는 굉장히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시그널'의 대변인은 아니지만 '시그널'에 참여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서 아픔이 있는 피해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위로가, 위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죠."

특유의 넉살과 짓궂은 장난기로 무장한 조진웅이지만 '시그널'을 이야기 할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숙연해지고 진지해진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해준,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라서가 아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제 사건, 그리고 고통받는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여길 수가 없다는 것. '시그널'을 생각하는 조진웅의 마음은 진실됐고 그 진실은 한결같았다.

"'시그널'이 방송되고 한창 촬영을 진행할 때였어요. 그땐 뭐, 드라마 반응이 이렇게 뜨거워질지도 몰랐던 때였는데 김원석 PD에게 문자가 하나 왔어요. 정확하게는 '시그널'에 참여하는 모든 배우, 스태프들에게 온 메시지였죠. '딸아, 내 소중한 딸아. 내가 요즘 TV 드라마를 보면서 네가 떠올라 운다'라는 메시지였어요. '시그널'에서 인용됐던 실제 피해자의 가족이 보낸 문자였어요. 이 문자를 보낸 분은 피해자의 친척이었는데 피해자 부모님이 '시그널'을 보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며 물어물어 김원석 PD에게 전달했더라고요. 메시지를 전해준 친척분은 '당신들이 우리의 가슴 아픈 사연을 하나의 소재거리로 사용한 게 아니라 고마웠다' '진심이 가슴 깊이 와 닿았고 그래서 응원하고 싶었다'며 마음을 전하셨더라고요. 이 문자를 김원석 PD가 현장에서 읽어줬는데 일순간 현장이 눈물바다가 됐어요. 배우들은 물론이고 카메라, 조명, 분장, 미술 등 이건 뭐 막내고 선배고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부둥켜 안고 울었어요. 이런 응원까지 받았는데 어떻게 가볍게 연기할 수 있겠어요. 죽을힘을 다해도 모자랐죠."

조진웅은 '시그널'을 조심스레 자신의 인생작으로 꼽히길 바랐다. 물론 전작에서도 좋은 감독, 좋은 동료들과 호흡하며 성장했지만 '시그널'은 전작의 모든 감동을 뛰어넘는 또 다른 지점이 발생했다는 것. 뿌리 깊은 농밀한 감정의 진폭을 온몸으로 느낀 인생작이라고 곱씹었다. 또한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그리고 죽는 그 순간에도 '내 인생 최고의 선택' '참 잘 선택한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벅찬 감동 그 이상의 후유증도 상당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그널'이 끝난 뒤 다시 악역으로 돌아와 괴로웠다는 것. 영화 '아가씨'(박찬욱 감독) '사냥'(이우철 감독)으로 연달아 악역 몸살을 심하게 알아야만 했다.

"'시그널'이 정말 배우로서 좋은 자양분이 됐지만 끝나고 후유증도 심했어요. 일단 이야기가 굉장히 슬프잖아요. 게다가 연달아 개봉한 영화들도 어두웠고요. 확실히 연달아 어두운 작품을 하니까 스스로 많이 다운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땐 무조건 밝은 캐릭터, 밝은 스토리를 찾았던 것 같아요. 누굴 안 죽여도 되고 피도 안 나는 그런 작품이요. 하하. 그런 상황에 tvN 금토드라마 '안투라지'를 만나게 됐어요. 일단 그림이 화려하잖아요. 같이 출연한 동료들도 블링블링하고 싱그럽죠.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 꺼내 들고 파자마 바람에 TV 앞에 벌러덩 누워 드라마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제 식대로 표현하자면 '맥주를 톡 따서 '치직' 소리를 내 '크윽' 마실 수 있는 작품'이죠. '안투라지' 제안이 들어왔을 때 '이거다!' 싶었어요. 물론 주변에서는 '시그널' 같은 작품을 찾으라고 조언해주는 분들도 있었죠. 시기적으로 이런 가벼운 작품을 할 때가 아니라는 말도 들었죠. 그런데 저도 한 번쯤 현장에서 즐기면서 놀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멜로를 하겠어요, 로코를 하겠어요. 딱 제 그릇에 맞는 역할이었어요. '시그널' 이재한 형사도 그렇고 '안투라지' 김은갑도 그렇고 둘 다 성질이 못된 사람이지만 천상이 착한, 적어도 정의가 뭔지 아는 사람이니까 예쁘게 봐주세요. '시그널'처럼 '안투라지'도 사랑받고 싶어요(웃음)."

<[출장토크③]로 이어집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기자 06sejong@sportschosun.com, tvN '시그널'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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