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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폼생폼사' 박근태 작곡가, "젝키 새 앨범, 곡 주냐고요?"

백지은 기자

입력 2016-05-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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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폼생폼사' 박근태 작곡가, "젝키 새 앨범, 곡 주냐고요?"
◇ 작곡가 박근태는 최근 재결합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젝스키스의 '폼생폼사'와 '기억해줄래' 등을 작곡했다. 그는 20년전을 떠올리며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사진제공=미스틱 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이한나 인턴기자] "젝스키스에게 곡을 줄 거냐고요?"



젝스키스는 1990년대 후반 H.O.T와 함께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전설의 1세대 아이돌 그룹이다. 요즘 세대에서는 잊혀진 '조상돌'로 분류됐지만 MBC '무한도전-토토가2' 특집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당시 방송에서는 젝스키스의 재결합을 추진했다.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던 멤버들을 불러모았고, 멤버들은 전성기 시절의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이 모습에 DSF(Dear Secheskies Friends, 젝스키스 팬클럽)의 멈춰있던 시계가 다시 움직였다. 오빠들의 젊은 시절을 추억하며 당시 히트곡을 찾아듣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시 조명을 받은 노래 중 하나가 바로 '폼생폼사'와 '기억해줄래'다.

'폼생폼사'는 젝스키스가 1997년 발표한 1집 앨범 '학원별곡'에 수록된 노래다. 원제는 '사나이 가는 길'이지만 부제인 '폼생폼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비트에 맞춰 점프하는 퍼포먼스 역시 대중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이 노래로 젝스키스는 H.O.T 라이벌로 급부상하며 인기를 끌게 됐다. '기억해줄래' 역시 동일 앨범에 수록된 노래다. 이 노래는 젝스키스 해체 당시 멤버들이 눈물로 전해준 곡이라 팬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바로 이 두 곡을 만든 장본인이 박근태 작곡가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다. 젝스키스는, 그리고 이 곡들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벌써 20년 전이네요. 그 친구들은 연습생이었고 저는 20대 초중반의 작곡가였어요. 당시 대성기획 이호연 사장님과 인연이 있어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됐어요. 당시 H.O.T가 등장하고 '전사의 후예'가 히트치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었어요. 아이돌 그룹 개념이 없었다고 봐야 하는데 그런 팬덤을 가진 그룹이 처음 나타난거에요. 그래서 저희도 전략을 전체적으로 수정했어요. 음악적으로 좀더 대중적으로 가자고 해서 나온 곡이 바로 '폼생폼사'에요. '학원별곡'(데뷔곡)과 '폼생폼사'로 H.O.T와는 또 다른 노선의 팬덤이 만들어졌죠."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그런데 무려 20년이 지난 뒤 자신이 만든 노래가 다시회자되는 기분은 어떨까. "사실 TV를 보는 편이 아니라서 방송은 못보고 인터넷 짤방으로 봤어요. 그때는 저도 그 친구들도 어린 나이었는데 이제는 그 친구들도 30대 후반이고 저도 40대더라고요. 이제 보니 감회가 새롭죠. 시간도 너무 많이 지났고요."

'무한도전' 방송 이후에도 젝스키스 열풍은 꺼지지 않았다. 재결합을 원하는 팬들의 목소리는 높았고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젝스키스는 YG엔터테인먼트에서 새 앨범을 발표한다. 그렇다면 젝스키스 역대급 곡을 만들어준 박근태 작곡가도 다시 한번 힘을 보태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젝스키스 새 앨범에 곡을 줄 거냐고. 반응은 한마디로 '화들짝'이다. "아마 부탁을 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라는 반응이다. "그들도 옛날 향수가 있으니까요. 저 역시 재작업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 필모그래피를 자세히 보시면 한 가수와 데뷔 앨범, 혹은 재기 앨범만 작업했다는 걸 아실 수 있으실 거에요.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길이기도 하고 누구에게나 소포모어 징크스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고 싶기도 하고요."

사실 박근태 작곡가는 1990년대 젝스키스 핑클 아이돌 등 수많은 아이돌 그룹의 앨범을 만들었다. 특색있는 멜로디의 댄스곡. 그것이 그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한계를 느꼈다. 잘할 수 있는 것만 찾다 보니 모티브를 찾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방향을 틀었다. 포커스를 자신이 아닌, 가수에게 맞추기로 했다. "1999년에 1년 넘게 슬럼프가 왔어요. 나는 왜 음악을 하는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생각을 바꿨죠. 가수의 성향과 특징을 디테일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노래를 만들게 됐어요. 노래와 가사를 듣고 감정이입을 하는데 해석이 제대로 안되거나 가수가 소화를 못하면 감정이 좋은 노래라 할 수 없잖아요. 그런 감성을 좀 찾은 것 같아요. 그래서 만든 곡이 윤미래 '시간이 흐른 뒤'에요. 그 뒤로 샵, 브라운아이드소울, 백지영 모두 그 가수를 생각하며 곡을 썼어요."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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