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에게 익숙한 비닐봉지를 소재로 '상황 연출하기', '사진으로 기록하기', '사진 그대로 캔버스에 확대해 그리기'라는 독특한 세 단계의 작업을 거쳐 완성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낯선 소재인 비닐봉지를 통해 무엇인가를 담았지만 지금은 비어있는 비닐봉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정을 통해 '사물'에서 '사유'로의 전이를 보여준다.
비닐봉지로 사물을 감싼 뒤 물건을 뺀 다음 그 남은 비닐 봉지만을 캔버스에 담음으로써, 사물은 흔적만을 남긴다. 작가의 관심은 바로 이 사물의 흔적과 허물을 제시하는 그곳이다. 바로 부재를 통해서 존재를 증명하는 지점이며, 인식론보다는 존재론적인, 개념보다는 감성을 강하게 부각시킨다. 도대체 무엇을 담았을지 모르는 비닐봉지의 구겨진 질감과 형상을 통해 존재의 흔적과 존재의 존재다움을 강조한 것이다.
장호정 작가는 미국 뉴욕과 국내에서 다수의 단체전과 개인전을 열어왔다. (02)725-9258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