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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엿보기] 시청층 고령화-복고열풍, 음악 예능 전성기를 부르다

김표향 기자

입력 2015-01-29 09:27

 시청층 고령화-복고열풍, 음악 예능 전성기를 부르다


음악 방송 전성시대다. 그 뒤에는 안정적 시청률을 견인하는 고령화 시청층이 있다.



월요일 밤 10시. 지상파 3사 드라마를 떨게하는 '마의 시간'이다. 막강한 시청률을 자랑하는 '넘사벽' KBS1 '가요무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 10% 넘기기도 쉽지 않은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가요무대'는 평균 12%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가요무대'와 동 시간대 경쟁했던 MBC '오만과 편견'의 주연배우 최민수는 기자간담회에서 "'가요무대'와 경쟁한다는 말이 처음에는 우스웠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니 내가 이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평일에 '가요무대'가 있다면 주말엔 KBS1 '전국노래자랑'이 있다. 1980년 방송을 시작한 최장수 프로그램. 일요일 낮 시간임에도 시청률은 13~15%를 넘나든다. 2013년 연말 방송은 무려 17.6%였다. 최근에는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리지가 '전국노래자랑'에서 첫 솔로 무대를 갖기도 했다. 트로트 장르여서 가능했지만, 과거엔 쉽게 상상하지 못했을 법한 장면이었다.

시청층의 고령화가 음악 프로그램의 인기를 되살리고 있다. 젊은 세대의 시청층 이탈 속에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지만, 음악 프로그램만은 예외다. 편안하게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음악 콘텐츠의 가치와 위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대중문화계에 불어닥친 복고 열풍. 가요계도 예외는 아니다. KBS2 '불후의 명곡'은 가요계 전설로 불리는 가수들의 음악을 새롭게 편곡한 무대를 선보이며 수년째 전 연령층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평균 시청률 10% 안팎. 복고와 음악 콘텐츠의 결합 시너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복고 음악을 누를 수 있는 건 또 다른 복고 음악 뿐이다. MBC '무한도전'이 '토토가'를 선보인 지난 3일. 동시간대 경쟁 프로 '불후의 명곡' 시청률은 뚝 떨어졌다. 직전 주 13.1%에서 절반 가까이 급락한 7.7%를 기록했다. '불후의 명곡' 인기를 '토토가'가 누른 것이다. 또 다른 복고 음악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을 방증하는 사례.

JTBC '백인백곡-끝까지 간다'도 복고 음악 열풍 속에 마련된 프로그램. 100명의 청중이 각자 사연이 담긴 인생의 노래 100곡을 선곡해 오면, 가수가 그 중 한 곡을 골라서 청중과 함께 소절을 나눠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로 80~90년대 음악과 2000년대 초반 음악들이 선곡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끝까지 간다'를 연출하는 김형중 PD는 "프로그램 첫 녹화 전까지는 100명의 청중을 모으는 것도 어려웠는데, 첫 방송 직후부터 신청 사연이 급증해 지금은 사연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빠른 시간 안에 가수들과 관객들이 유대감을 쌓고 프로그램이 자리잡을 수 있었던 건 음악의 힘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오는 30일에는 MBC '나는 가수다 3'가 시작된다. 박정현, 소찬휘, 양파 등 90년대 활동했던 가수들이 라인업의 절반을 차지한다. 첫 녹화까지 마친 이수가 강제 하차를 당하면서 논란이 빚어졌지만, 가수들의 무대에 대한 청중들의 호응은 뜨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중평가단의 후기가 전해지면서 이수의 음원과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해달라는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복고 음악 열풍. 단순히 그 시절에 대한 추억 때문만일까. 청중과 시청자들의 태도 변화도 주목해볼 만 하다. 보고 듣는, 즉 음악 콘텐츠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달라졌다. '끝까지 간다'의 김형중 PD는 "최근 시청자들은 한 마디로 '들을 자세'가 돼 있다"면서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질적으로 향상된 음악 콘텐츠를 많이 접하면서 듣는 귀가 좋아졌고 그로 인해 적극적으로 음악을 즐기고 감동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대적 복고 흐름 속에 음악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자세 변화. 복고 음악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제작되고 생명력을 얻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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