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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故 신해철 추모열기, 특별히 뜨거웠던 3가지 이유

이정혁 기자

입력 2014-10-3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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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신해철 추모열기, 특별히 뜨거웠던 3가지 이유
故 신해철의 빈소가 28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신해철은 지난 17일 장 협착증 수술을 받은 후 퇴원했으나, 20일 새벽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후 22일 오후 2시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혼수상태로 내원해 응급수술을 포함한 최선을 치료를 했으나, 27일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고인의 발인은 오는 31일 9시에 엄수된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만여 명의 일반인 조문객이 다녀갔다. 신해철을 단 한번도 직접 보지 못했던 이들이 상당수였다. 온라인에선 '마왕과의 이별을 차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추모의 눈물이 넘쳐난다. '도통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밤을 지새웠다' 등의 사연들이 SNS에 넘쳐난다.



가장 순수했던 그 시절을 기억하며, 그의 노래 속에 자리 잡은 나의 추억을 되살리며 슬퍼하는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나의 의식처럼 번져가고 있다. '마왕' 신해철과의 이별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하나의 신드롬으로까지 번져가는 추도의 물결 속으로 들어가 본다.

▶가장 빛났던 그 시절과 '안녕'

요즘 30~40대는 우울하다. 하루하루 버티긴 힘들고, 노후대책은 막막하다. 삼팔선(38세 즈음 퇴직),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회사 다니면 도둑)란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공부하는 직장인이란 뜻의 신조어 '샐리던트'는 언제 직장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샐러리맨의 애환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지금은 얇아진 지갑 걱정하기에 바쁜 이들에게도 한때 가장 순수했고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빛나는 시간을 우리는 '마왕' 신해철과 함께 했다. 소개팅에 설레던 그 카페에 신해철의 '째즈 카페'가 흘러나왔고, 첫 사랑과 '인형의 기사'를 함께 부르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다. 그는 한마디로 젊음의 상징이고, 90년대의 아이콘이었다. 그에게 '대학가요제' 대상을 안겨준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는 지금까지도 대학 축제에 자주 등장하는 인기곡이다.

그래서 그 화려한 순간을 대표하는 신해철의 죽음은 요즘 30대, 40대에게 가장 빛났던 그 시절을 영원히 잃게 되는 일로 다가온다. 잊고 살았던 내 청춘과 이젠 정말, 영원히 이별을 하게 된다는 처연함이 그를 이렇게 떠나보낼 수 없다는 안타까움과 더해지면서 더욱 깊은 슬픔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순수해서 너무나 미안한 그와의 이별

세월호는 이 시대를 호흡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순수한 영혼을 속수무책 떠나보내야 했던 무기력감과 반성, 회한의 늪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그 트라우마가 극복되기도 전에 우리 사회는 이번 '마왕' 신해철과의 이별식을 치르면서 다시 깊은 상실감에 빠지게 됐다.

1988년 MBC '대학가요제'를 통해 데뷔한 신해철은 지난 26년간 싱어송라이터로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때로는 독설에 가까운 직설화법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고, 거침없는 언행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가 지난 20여 년간 빚어낸 하모니엔 삶에 대한 성찰과 이 세상과 소통하려는, 화해하려는 이들의 상처와 희망 그리고 위로를 담고 있다.

사실 이러한 직진형 행보로 인해, 신해철은 비즈니스 논리에 좌우되는 엔터산업계에서 더욱 빛이 나는 존재였지만 득보다는 실이 항상 컸다. 음악 산업 자체가 인스턴트화되면서, 어느새 그같은 싱어송라이터는 설 자리를 잃고 주문형 가수들이 대세를 차지해왔다. 세상은 어느새 '마왕'을 잊고 화려한 댄스에 하루 시름을 달래는데 만족하곤 했다.

따라서 '뒤늦게' 그의 음악을 다시 리플레이하면서 팬들은 '마왕'을 잊고 살았던 시간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외롭게 그를 떠나 보낸 지난 시간과 우리 자신에 대한 깊은 반성이 추모의 파고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잃은 건….

신해철이 세상과 소통해온 여러 방법 중 하나가 라디오였다. 라디오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 DJ로 오랫동안 대중과 소통하고 두터운 팬덤을 만들었다. 그에게 '마왕'이라는 애칭이 생긴 것도 이 라디오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그가 오랜시간 팬들과 교감하면서 나눈 말들, 또 노래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 가치는 깊은 울림으로 팬들을 추모하게 하고 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에 신해철과 신해철 노래에 대한 추억담이 줄을 잇는 것은 바로 그에 대해 우리가 기억하고 나누고, 추억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신해철의 가사엔 유독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인생의 굴곡에서 지친이들을 위한 격려의 문구를 담은 가사들이 많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민물 장어의 꿈) 등의 가사가 그러하고, 행복과 인생, 꿈에 대한 그의 어록은 곱씹어볼 수록 진한 여운을 남긴다.

하기에 일찍이 그는 '나 역시 세상에 머무르는건/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날아라 병아리)라고 노래했지만 팬들은 아직 그와의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하다.

한편 고인의 장례는 천주교식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31일 오전 9시다. 유해는 서울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될 예정이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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