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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음, '끝없는 사랑'이 아픈 손가락 됐다면... (인터뷰)

김겨울 기자

입력 2014-10-2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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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음, '끝없는 사랑'이 아픈 손가락 됐다면... (인터뷰)
27일 신사동 한 카페에서 배우 황정음이 인터뷰에 응했다. 황정음은 26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끝없는 사랑'에서 서인애 역을 맡아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쳐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황정음. 신사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0.27

조기종영을 한다고 하면 흔히들 '실패'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특히 주연 배우의 어깨를 누르는 책임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황정음에게 SBS '끝없는 사랑'은 어땠을까. 지난해 KBS '비밀'로 배우로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이기에 '끝없는 사랑'은 상대적으로 많은 아픔을 던졌을줄 알았다. 그래서 살짝 고민이 됐다.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선뜻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쉽지 않았기에 말이다.



27일 오후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황정음을 만났다. 우려와는 달리 첫 등장부터 씩씩한 모습이다. 오히려 인터뷰하러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건네는 여유가 있다.

마지막 회에 대한 소감으로 시작했다. 마지막 회에서 중학생 딸까지 있는 모습으로 등장해 낯설었다는 말에 "하하. 머리에 흰 칠을 할까 고민 많이 했다. 8년이나 지났으니…. 근데 억지로 흰 칠을 하는 게 오히려 인애 캐릭터를 우습게 보이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염색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끝없는 사랑'을 마친 소감을 물었다. "실패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꼭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드라마 시청률이 안나온 것도 사실이고, 아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만 볼 건 아닌 것 같다. 나도 배우이기 전에 사람이라서 환경이나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나이가 들어가니까 보이는 것도 많아지고 방해받는 것도 생기고 객관적인 평가에 의해 실패했다고 해서 꼭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 자신에 대한 반성이 생기는 작품이다. 내가 굳이 이 어려운 작품을 선택해서 생긴 고민들이지 않나."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선택했음을 재차 강조하는 책임감을 보인다.

황정음이 '비밀'에 이어 '끝없는 사랑'을 선택했을 때 살짝 아쉬웠다. 굳이 2번 연속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여주인공을 맡았어야 했을까. 특히 '비밀'이 큰 흥행을 했기에 '잘하면 본전, 못하면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담담하다. "후회하면 어쩔건가. 물은 엎질러 졌는데 말이다. 주워담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비밀' 때 제대로 하지 못한 복수극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복수에 대한 여운이 남았던 것 같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고 예전에 나를 생각하면 만족한다."

사실 여러 스타들을 신인 때부터 봐왔지만, 황정음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아이돌 출신 멤버에서 배우로 전향하면서 혹평을 받았고 일을 쉬었다. 그러던 중 리얼 예능에서 아이돌에게 금기시되는 '리얼' 연애를 공개적으로 하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그 '리얼' 캐릭터는 김병욱 PD에 의해 '하이킥'으로 완성됐고 정식 배우 입문의 발판이 됐다. 혹평을 받았던 배우가 다시 캐스팅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이번에는 제대로 잡았다. '자이언트', '내 마음이 들리니', '골든타임', '돈의 화신' 등 차곡차곡 매년 한 두 작품을 하다 결국 '비밀'의 유정이를 만났다. 그렇게 그는 진정한 '배우'가 됐다.

"힘들게 왔다. 마음 고생이 왜 없었을까. 가수 출신이었는데 소속 멤버에게 밀리고, 연기자로 전향했는데 '발연기'라고 감독한테 혼났다. 오죽하면 연기 못한다고 작가가 나를 유학을 보내는 설정으로 처리하기도 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참….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인정받는다고 생각이 되니까 생각보다 많이 감동적이었다. '그동안 고생했다, 고생했다'며 나를 쓰다듬어주는 힐링의 느낌이었다."

바탕에는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황정음 특유의 긍정 마인드가 있었다. "성격이 원래 발랄하고 그런 편이다. 감독이랑 촬영하다가 욕도 듣고 혼나면 막 눈물이 난다. 그러다 집에 돌아오면 (김)용준이한테 전화를 건다. '나 끝났어'라며 재잘댄다. '끝없는 사랑'도 하면서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미 끝난 작품에 대해 더 이상 힘들어하고 싶진 않다."

자연스럽게 오랜 연인 김용준에 대해서 이야기가 넘어갔다. "하하. 내가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게 해 준 사람이다.처음에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 섭외가 들어왔을 때 용준이는 대상을 받고 인기가 한창이었다. 반면, 나는 캐스팅이 안돼 거의 놀고 있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다. 같은 연예인이라 그런지 은근히 '나도 잘되고 싶다'란 생각이 들더라. 용준이가 부럽기도 했고, 사실 엄마는 결혼을 할 지도 안할지도 모르는데 '우결'을 찍지 말라고 하기도 했지만, 소속사 대표나 나는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촉이라고 해야할까. '우결'을 찍으면 꼭 캐스팅될 것만 같았다. 결국 '우결' 덕분에 '하이킥'에 캐스팅되지 않았나?"

벌써 9년째다. 아이돌 스타로 만나 20대의 대부분을 함께 했다. 여배우로서 공식적인 연인이 있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다. 사랑이 흔들릴 만도 하단 말에 황정음은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젓는다. "사실 용준이랑 싸우기도 많이 하고, '우결'을 찍을 때도 '그만 하겠다'고 해서 작가 언니들이 놀란 적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애정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알콩달콩 사랑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사람은 바로 용준이다." 그리고 황정음은 사랑이 자신에게 준 것들을 열거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잃은 것보다 얻은 것부터 셈할 줄 아는 똑똑한 황정음이 남았다. 설령, 내게 아프더라도 떼어낼 수 없는 손가락이라면 해석을 달리하는 게 현명한 게 아닐까.김겨울 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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