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에서 출발해 영상과 설치 미술, 공공 미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실험을 시도해온 이태량 작가는 언어와 사유에서 비롯된 인식론의 빈틈과 회화의 무궁한 확장을 대비시켜왔다. 그는 시각 매체인 미술이 일상 언어가 갖는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솔한 앎을 각성하는 한 방법임을 그간의 작업을 통해 주장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추구해온 작업의 연장선에서 최근 새롭게 시도하는 영상과 설치물 연작을 선보인다. 이 설치물들은 크게 스스로 작동하는 기계 버전과 인물 영상물 버전으로 구성됐다. 기계 버전이 바닥에서 예기치 않은 것을 퍼 올리고 인물 영상 버전에 등장하는 소녀는 마비된 감각으로 말하고 음식을 먹는다. 예기치 않는 것의 노출과 의미을 잃은 말, 그리고 미각을 버린 식사와 같은 행동은 현대인의 욕망이 구현되는 특성을 잘 표현해준다. 결국 이들 설치영상은 현대인의 욕망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시각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