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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그는 '용병'이었다...이젠 라건아와 이별해야 할 때 [김 용의 KBL PUB]

김용 기자

입력 2023-10-05 14:10

수정 2023-10-05 15:39

국가대표? 그는 '용병'이었다...이젠 라건아와 이별해야 할 때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제 라건아와 이별할 때인가.



한국 남자농구가 항저우에서 '수모'를 겪었다. 금메달을 따고 오겠다며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졌던 대표팀. 이제 남은 건 7위냐, 8위냐다. 정말 약체라고 평가받는 팀들이 아니면 이길 수 있는 경기력이 아니다.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무려 17년 만에 '노메달' 굴욕을 맛봤다. 한국은 1954년 마닐라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농구 종목에 출전했다.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종전까지 2006년 딱 한 번 뿐이었다. 메달을 따지 못한 것도 1958년 도쿄 대회 이후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한국은 17년 만에 불명예 기록을 작성했다.

여러 문제가 노출된 이번 대회다. 선수 구성에 있어서의 잡음, 시대에 뒤쳐진 전술 등 잘된 게 하나도 없었다. 특히, 상대가 누구든 가드가 공을 끌고와 2대2 플레이를 하다 결국 골밑에 있는 라건아에게 패스하는 '몰빵 농구'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라건아는 2018년 귀화를 통해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됐다. 그런데 말이 좋아 귀화지, 사실상 '용병 계약'이었다. 어떤 국가대표가 수당을 받고 국가대표 경기를 뛰는가. 국제대회에서 통할만한 센터 자원이 없던 대표팀 사정상, 라건아와 '비지니스'를 한 것이었다. 라건아는 이 계약으로 국가대표로 고정 출전하며 수당을 받는 것 뿐 아니라 KBL 무대에서도 안정적으로 많은 돈을 받고 뛸 수 있었다.

그 때는 그럴 만 했다. KBL 무대를 평정한 최고 센터였다. 한국 농구 시스템에도 완벽 적응이 돼있었다. 엄청난 도움이 됐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라건아의 위력도 떨어졌다. 이제 KBL에서도 힘, 스피드, 높이로 라건아를 압도하는 선수가 여럿이다. 냉정히 말하면 계약 문제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로 라건아를 잔류시키고 있는 것이라도 무방하다.

그런 라건아가 국제대회에서도 통할 리 없었다. 라건아를 비판하자는 게 아니라, 한국 농구는 여전히 그에게 의존하고 있다.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들에게 '몰빵'을 하는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는 라건아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예전의 라건아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국가대표 선수들 면면을 보자. 새 시즌 보수 총액을 보면 김선형 8억원, 양홍석 7억5000만원, 전성현 7억5000만원, 이승현 5억6000만원, 김종규 5억원 등 화려함 그 자체다. 그런데 이 선수들이 보여준 국제 대회 경쟁력은? 한 경기 흐름을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처참한 현실이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정말 잘 들어맞은 한국 남자농구의 현 주소다. 감독, 시스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선수들도 실력과 몸값이 비례하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어찌됐든, 이제 한국 농구는 라건아와의 이별을 맞이해야 한다. 그가 얘기한대로 '계약 끝'이다. 남자농구는 라건아 없이 이제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기다. 없으면 또 아쉬울 것 같다. 그래도 잊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뼈와 살을 깎는 고통이 필요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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