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KCC의 '부산행' 막전막후 '결정타가 있었다'…"준비된 이전? 수용불가 제안+홀대에 마음떠났다"

최만식 기자

입력 2023-09-03 16:22

수정 2023-09-04 06:02

전주실내체육관 전경.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준비된 부산행? 어불성설!'



프로농구 KCC가 22년 전주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부산 시대를 연다. 지난달 30일 한국농구연맹(KBL) 이사회에서 '부산 KCC'가 승인되자 전주시와 지역 단체가 반발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KCC 구단이 이런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부산행을 추진한 데에는 그동안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스포츠조선이 'KCC 부산행'의 막전막후를 취재한 결과, 이상 기류가 시작된 것은 지난 4월이다. 한 유력인사가 전주시 담당 공무원을 배석시킨 자리에서 KCC 측에 신축체육관을 직접 지으라고 제안했다. 일종의 '기부채납' 형식으로, 체육관 건립 비용으로 체육관 사용료 등을 매년 감면받는 것으로 보전하라는 것이었다.

구단으로서는 신축체육관 건립 약속이 8년째 지지부진 하다가 '건립비를 충당하라' 하니 황당하기도 했거니와 내부 검토 결과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프로농구 경기장 가운데 가장 최근(2013년) 개장한 원주종합체육관의 사업비가 500억원이다. 10년 전과 물가가 다르지만 어쨋든 500억원을 기준으로 매년 사용료 탕감을 계산하니 200~300년이 지나야 사업비 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이 때부터 KCC는 마음이 크게 상했다. "전주시가 체육관을 지을 마음이 없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한다. 결정타는 5~6월에 터졌다. 5월 들어 전주시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장동 복합스포츠타운 부지에 야구장 건립 계획을 본격 추진하더니 6월 27일 '전주 육상경기장 및 야구장 건립을 위한 착공식'까지 가졌다.

이 과정에서 8년 전부터 추진키로 했던 체육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뒷전'으로 밀리자 KCC의 '배신감'은 극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헤어질 결심'에 쐐기를 박아 준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게 바로 전북대-전주시 측의 '전주실내체육관 부지 혁신파크 개발사업을 위해 2024~2025시즌 직후 비워야 한다'는 통보였다.

연고지 이전 결심을 굳힌 KCC는 처음부터 부산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수도권을 우선 순위에 두고 일부 지자체와 타진도 했다. 하지만 KBL의 입장을 고려해야 했다. 프로스포츠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에 편승하면 타 구단들이 달갑게 여기지 않을 뿐 아니라 KBL의 입장도 곤란해질 수 있었다. 결국 수도권 이전 검토는 조기에 접었고, 8월 중순 부산시 측에 의사를 타진했다. 그 사이 군산시가 좋은 지원 조건으로 연고지 유치를 희망했지만 농구 전체 판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중, 흥행을 유도할 수 있는 부산시가 경쟁력에서 훨씬 우위였다.

부산시는 옛 데이원(고양 소노의 전신)이 새 인수자를 찾을 때, 소노 창단 때 연고지 유치를 희망했다가 실패한 터라 KCC의 제안을 크게 환영했다. 이 때문에 KCC와 부산시의 협의는 일사천리였다. 최형길 KCC 단장은 8월 23일 중국 출장을 떠나기 직전 부산시 고위 관계자를 만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으며 '부산행'을 마무리 한 뒤 떠났고, 귀국(28일) 즉시 KBL 이사회 안건 상정을 신청했다.

KCC의 연고 이전건이 이사회에 상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주시 고위 관계자가 급히 상경, KBL을 방문해 '안건 승인 보류'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사회 승인은 KBL이 좌우하는 게 아니라 10개 구단의 의결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전주시의 대응은 무의미한 '뒷북'이었다. 더구나 KCC의 마음은 이미 부산으로 떠난 뒤였다.

KCC 구단 관계자는 "전주 농구팬들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하지만 지역 일부 시민단체 등이 주장하듯이, 연고 이전을 미리 정해놓고 구실을 잡아 추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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