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만의 리얼토크]'차·포·마·상 다 잃었지만…' 여전히 굳건한 김상식 KGC 감독의 의지, 선수들의 가능성을 믿는다

이원만 기자

입력 2023-08-17 12:39

수정 2023-08-17 16:55

김상식 KGC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이끌고 있다. 안양 KGC 제공

[타이베이=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솔직히 어깨가 좀 무겁네요."



덥고 습한 타이베이의 밤이었다. 기자와 마주 앉은 김상식(55) 안양 KGC 감독은 특유의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의 영광이 지금은 무겁게 느껴집니다." 잠시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던 김 감독은 이내 허리를 곧게 폈다. 마치 짐 가방을 다시 고쳐 메듯이. 보이지는 않지만, 김 감독이 짊어진 '책임감의 무게'가 새삼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2023~2024시즌을 약 두 달 앞둔 현재, KBL리그 통합 챔피언 자격으로 지난 12일부터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42회 윌리엄 존스컵 국제농구대회'에 참가 중인 김 감독은 밤잠을 설칠 정도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이 움켜쥔 화두는 명확하다. '핵심 전력이 대부분 빠진 상황에서 어떻게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이어갈 것인가.'

좀처럼 해답이 보이지 않는 화두다. 그럴 수밖에 없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2022~2023시즌 통합 우승의 KGC'와 '2023~2024시즌을 앞둔 KGC' 사이에 엄청난 전력의 갭이 생겨버렸기 때문.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양희종은 은퇴했고, 대체불가의 토종센터 오세근과 공수겸장의 포워드 문성곤은 이적시장에서 각각 서울 SK와 수원 KT로 이적했다. 에이스인 변준형은 군복무를 위해 상무에 입단했다. '장기판의 차·포·마·상'이 모두 빠진 격이다. 김 감독은 "핵심 주전이 거의 다 빠졌다. 사실상 팀을 새로 만들고 있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김 감독은 2022~2023시즌을 앞두고 KGC의 지휘봉을 맡아 2013~2014 시즌 서울 삼성 감독 대행 이후 8년 만에 프로무대에 복귀했다.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화려한 컴백'이었다. 김 감독은 특유의 온화한 리더십과 선수들의 과부화를 최소화시키는 '모션 오펜스'를 앞세워 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앞선 시즌 정규리그 3위(32승22패, 승률 0.593)에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에 머물렀던 KGC는 김 감독의 지휘를 받은 뒤 정규리그 '와이어투와이어' 우승(37승17패, 승률 0.685)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휩쓸었다. 더불어 EASL에서도 우승했다. 이미 이런 결과들로 김 감독의 역량과 리더십은 입증됐다. '전임 감독의 유산을 그대로 받았다'며 김 감독을 끌어내리던 말들을 실력으로 침묵하게 만든 결과다.

"나 역시 그런 안 좋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말에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로 팀을 이끌어가려고 했다.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힘을 북돋아주려고 노력했다. 위기도 있었지만, 끝내 좋은 결과로 이어진 점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낀다".

선수와 코치시절, 여러 팀을 전전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쌓은 김 감독의 내공은 호수처럼 고요하고, 옥석처럼 단단하다. 부질없이 떠도는 이야기나 일부러 깎아내리려는 말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화려한 영광은 잠시 뿐이었다. 우승의 주역들이 각자의 이유로 대거 이탈하면서 김 감독은 지금 새로운 숙제를 산더미처럼 떠안게 됐다. 김 감독은 "감독이라면 누구나 최고의 선수들을 데리고 있고 싶어한다. 그러나 내 뜻대로만 일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오세근, 문성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국 잡지 못했다. 아쉽지만, 지나간 일이다. 지금은 그 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윌리엄 존스컵은 '새로운 KGC'를 만들어내기 위한 김 감독의 실험장이다. 새로 팀에 합류한 최성원과 김상규 정효근 이종현 그리고 기존에 출전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던 이우정과 고찬혁 조은후 장태빈 등을 다양하게 기용하며 각자의 역량을 가늠하고, 향후 활용도를 가늠하고 있다.

김 감독은 "나를 믿고 팀에 와 준 새 선수들, 그리고 어린 선수들이 매우 의욕적으로 따라와주고 있어서 참 고맙다. 갖고 있는 실력도 다 뛰어나다. 이걸 어떻게 조합해서 팀에 맞게 쓰는 지가 바로 내 숙제인 듯 하다"면서 "그런 면에서 존스컵은 좋은 무대다. 다양한 유형의 여러 팀들을 상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6일 일본 대학선발을 상대로 고전(97대89 승)했는데, 팀 입장에서는 정말 많은 공부가 되는 경기였다. 이런 경기를 해봐야 선수들도 느끼는 바가 있고, 팀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식 감독의 '새로운 KGC 만들기' 프로젝트는 이제 막 시작단계다. 본격적으로 선수단을 소집해 손발을 맞춘 지가 채 3주도 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아직은 평가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분명한 건 나를 비롯한 선수단 모두 의욕과 자신감에 차 있다"면서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 타이틀이 무겁게 느껴지지만, 새 시즌에도 자존심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너무나 식상하고 뻔한 질문임을 알면서도 김 감독에게 '새 시즌 목표'를 물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려운 질문이다. 모든 감독이 '우승'을 바라며 시즌을 준비한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놓친 선수들을 영입한 다른 팀들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매우 강해졌다. 그렇다고 '목표는 6강이다' 이렇게 말할 수도 없다. 나를 믿고 와준 선수들에게 마치 한계를 부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은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키는 게 목표다. 플레이오프 그 이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덕장 성공시대'를 연 김 감독은 새 시즌에는 조금은 더 강한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새로운 KGC'를 만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윌리엄 존스컵이라는 '실험장'을 거치며 김 감독과 KGC가 어떻게 탈바꿈하게 될 지 기대된다. '뉴 버전 KGC'는 이제 막 태동을 시작했다.

타이베이(대만)=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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