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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 역할, 추일승 감독 떠나는 순간까지 신사였다

김가을 기자

입력 2020-02-19 17:40

자문 역할, 추일승 감독 떠나는 순간까지 신사였다
12일 일산 고양체육관에서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서울 SK의 경기가 열렸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고양=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0.02.12/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추일승 감독, 떠나는 순간까지 신사의 예를 갖췄다.



고양 오리온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추 감독의 자진사퇴 소식을 알렸다. 추 감독은 성적부진을 책임지고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오리온은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1경기에서 12승29패를 기록,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개막 전부터 주축 선수들이 잇달아 부상으로 이탈하며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탓이다. 추 감독은 이에 책임을 느끼고 물러났다.

갑작스런 이별이었다. 추 감독은 19일 오전 선수단에 이별을 전했다. 구단은 "감독님께서 혼자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다. 그러나 전혀 티를 내지 않으셔서 잘 몰랐다. 19일 오전에 사퇴 결정이 났다"고 전했다.

추 감독의 마지막 인사. 그는 선수단에 남은 시즌 반전을 기원했다. 또한, 그 대신 급히 지휘봉을 잡게 된 김병철 대행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추 감독은 "시즌 중 팀을 떠나게 돼 구단과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그러나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자 결심했다. 앞으로도 팀의 선전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그렇다. 추 감독이 이 시기에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은 의미가 있다. 그는 지금 이 시기가 반전의 마지막 타이밍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10경기 이상 남은 만큼 극적인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도 가능하기 때문. 또한, 오리온은 26일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경기 전까지 재정비 시간이 있다. 김 대행이 팀 전열을 정비하고 전술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 여유가 될 것으로 계산한 것.

구단 관계자는 "추 감독께서 마지막 인사 때 김 대행께 힘을 불어넣었다. 선수들에게도 반전을 기원했다. 이별은 슬프지만, 후배의 길을 열어주는 자리인 만큼 주인공은 후배라고 얘기했다. 추 감독께서 비록 팀은 떠나지만 오리온과의 인연을 끊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자문 역할을 해주실 것이다. 고문은 아니지만 팀에 필요한 노하우 등을 후배들에게 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추 감독은 떠나는 순간까지 팀을 기억한 것이다.

한편, 추 감독은 지난 2011년 오리온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아홉 시즌 동안 여섯 번이나 팀을 PO 무대로 이끌었다. 특히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는 변화무쌍한 전술과 냉정함으로 코트 위 신사로 불렸다. 추 감독은 시즌을 채우지 못한 채 팀을 떠나지만, 마지막까지 신사로 남았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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