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1위팀의 비애?' 문경은 감독, 식음을 전폐하는 이유

최만식 기자

입력 2019-11-22 06:20

'1위팀의 비애?' 문경은 감독, 식음을 전폐하는 이유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고민만 늘어나요."



잘 해도 고민, 못 해도 고민.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뗄 수가 없다. 요즘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경은 SK 감독이 딱 그런 처지다.

문 감독은 지난 19일 최하위 LG전에서 홈경기 8연승을 하며 선두 행진을 이어갔다. 기분좋게 경기가 끝난 뒤 문 감독은 코칭스태프, 구단 임직원 등과 함께 늦은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오전부터 입맛이 없다"던 그는 푸짐하게 차려진 한상차림 앞에서 젓가락을 좀처럼 갖다대지 못했다. 긴장이 풀려 허기가 몰려 올 법한데도 밑반찬만 가끔 끄적일 뿐이었다.

그 덩치에, 평소 잘 먹기로 소문난 문 감독의 생소한 행동에 주변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살이 너무 빠진 것 같다"며 걱정어린 시선이었다. 그러자 문 감독은 "걱정마세요. 어디 병걸린 건 아니니까.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입맛이 제때 돌아오지 않았을 뿐"이라며 껄껄 웃었다.

이날 상대는 최하위팀 LG였다. 1라운드에서 올 시즌 최다인 29점차로 따돌렸던 팀이다. 단독 선두 SK 입장에서 무엇이 그리 걱정이었을까. 고민을 달고 사는 게 지도자의 숙명인 듯 문 감독은 "1위팀이기 때문에 또다른 고민이 늘어난다"고 하소연했다. 문 감독의 깊은 고민은 지난 17일 DB전(77대83 패)부터 시작됐다. '혹시 연패로 가면 어쩌나. 그럼 팬들은 또….' 문 감독을 두렵게 만든 것은 팬들 반응(댓글)이었다.

문 감독은 "평소 경기 끝나면 코치들과 술 한잔 하는데 DB전 끝나고는 술 생각도 없었다"고 했다. 올 시즌 DB에게만 1, 2라운드 전패한 것도 속쓰린데 최하위팀 LG전에서 패배해 연패에 빠진다면 팬들의 불만은 더 커질 것 같았다. SK는 연패를 기록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일종의 1위팀의 비애였다. 팬들은 대개 순위표를 기준으로 1위니까 최하위에 승리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LG가 1라운드 때와 달리 끈끈한 경기력을 회복하는 중이라는 '정상참작'은 순위표에 밀리기 십상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결과로 말해야 하는 스포츠 세계인 만큼 매경기 일희일비하는 팬들 반응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선수 시절부터 팬들의 남다른 관심을 받고 살아온 문 감독이 이런 정서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고민만 늘어나는 모양이다.

문 감독은 "최근 LG의 경기력을 보면 이기는 게 쉽지 않은데 혹시 패하기라도 하면 팬들이 얼마나 비난할까 상상만 해도 무서웠다"면서 "우리가 1위팀이 아니었으면 두려움의 강도도 낮아지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1위를 향해 쫓아가는 것 못지 않게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스트레스도 너무 강하다는 게 문 감독의 설명이다. 1위팀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만큼 꼬투리 잡힐 여지도 많아지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1위 자리를 놓을 생각은 없다. "승부욕이라고 하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고민을 해도 정상에서 하는 게 낫다." LG전 고비를 넘기는가 싶었는데 고민이 또 생겼다. 22일 만나는 현대모비스는 디펜딩챔피언이자 최근 트레이드 이후 연승을 달리고 있다. 시즌 첫 전 구단 상대 승리까지 노린다.

SK 관계자는 "문 감독이 과거 우승할 때보다 심적 부담을 더 느끼고 있다. 본의 아니게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 안쓰럽지만 선수 시절 몸매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