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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드래프트 혁신, 바꾸려면 제대로 바꾸자

김용 기자

입력 2016-09-24 18:34

신인드래프트 혁신, 바꾸려면 제대로 바꾸자


남자프로농구(KBL)가 추진하는 신인드래프트 혁신,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 보완, 준비해야 할 점들이 많다. 그래야 모두를 흥분케 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 수 있다.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의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특히, 이번 드래프트는 향후 10년 농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빅3 이종현(고려대) 최준용(연세대) 강상재(고려대)에 천기범(연세대) 박지훈(중앙대) 등 준수한 자원들이 많아 모처럼 만에 큰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KBL도 이에 발맞추어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미국프로농구(NBA)처럼 지명 순번 추첨을 먼저하고, 추후 드래프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내달 3일 먼저 지명 순번 추첨이 열린 뒤, 18일 대망의 드래프트가 열리게 된다. 이는 먼저 순번을 추첨해놓으면, 각 팀들은 어떤 선수를 뽑아야 하는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할 수 있다. 가장 큰 기대 효과는 팬들이 예측할 수 없는 지명권, 선수 교환 과정이다. 예를들어, 수준급 가드가 많은 A팀은 센터 자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 센터 자원을 뽑지 못했다. 그런데 수준급 센터를 보유한 B팀이 상위 3순위 안의 지명권을 차지했다. 그러면 A팀이 B팀에 구애를 할 수 있다. 센터를 데려오기 위해, 팀 주축이지만 남는 가드 자원과 다른 선수를 묶어 B팀에 내줄 수 있는 것이다. NBA에서 즉시 전력감 선수 1명을 데려오기 위해 유망주 3~4을 타 구단에 내주는 것과 비슷한 거래들이 우리 프로 무대에서도 생길 수 있다. 드래프트까지 2주 동안 10개팀들의 불꽃튀는 신경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이를 보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프로농구 이사회는 2014년 새로운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지명권 교환이 이뤄져 선수를 선발할 경우, 드래프트 2주 전 KBL에 신고를 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드래프트 현장에서 A팀 유니폼을 입고 다음날 B팀에 선수가 합류하는 모순을 막기 위해서였다. 실제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서울 SK 나이츠의 지명권을 양도받았던 부산 kt 소닉붐은 SK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자 중앙대 출신 장재석을 찍었다. 하지만 당시 드래프트 현장에서는 장재석이 SK 유니폼을 입고 문경은 감독과 기념 촬영을 했다. 공식 드래프트 결과도 SK행이었다. 절차상 SK가 선수를 뽑고, 그 선수를 kt로 넘겨주는 형식이 됐기 때문. 이는 지켜보는 팬들에 큰 혼란을 줄 수 있어 바뀐 지명권을 사용하기 2주 전, 아예 해당 순위는 지명권을 받기로 한 팀이 행사한다고 신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장의 지명권을 갖고있던 창원 LG 세이커스가 정성우와 한상혁을 한꺼번에 뽑았었다.

그런데 이 규칙이 적용되면 지명권 사전 추첨이 큰 의미가 없어진다. 18일 드래프트 2주 전 시점은 4일. 지명권 순번 추첨이 이뤄지고 하루 만이다. 이 규정이 적용된다고 하면, 각 구단들은 3일 순번을 추첨하고 하루동안 모든 결정을 해 4일 안에 어느 구단과 지명권을 바꿨고, 우리가 그 지명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것을 신고해야 한다. 구단들이 고민, 선택을하기에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일단 KBL은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이 제도 변화 없이, 화제만 끌어모으기 위해 사전 순번 추첨을 계획했다면 이는 코미디로 전락된다. KBL 관계자는 "곧 열릴 이사회에서 이 안건에 대해 토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BL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지명권, 선수 교환에 대한 마감 시한을 두지 말고 드래프트 현장에까지 그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자신의 순번에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던 A팀이, 선택을 앞두고 잠시 타임을 걸고 B팀에 새로운 제안을 하는 식의 심리전이 펼쳐진다면 엄청난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 예로 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신인드래프트 상황을 극화한 '드래프트데이'라는 영화를 KBL 관계자들이 관심있게 보면 참고가 될 수 있다.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단장 써니 위버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이를 포기하며 벌어지는 심리전을 그린 영화다. 물론, 이 영화처럼 현장에서 지명 순위 등이 뒤바뀌려면 그에 맞는 철저한 제도적, 기술적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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