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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농구, 유소년 클럽 활성화를 떠올릴 때다

이원만 기자

입력 2015-09-05 09:26

위기의 한국농구, 유소년 클럽 활성화를 떠올릴 때다
◇위기에 빠진 한국농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안으로 유소년 클럽 농구의 활성화를 고려해볼 만 하다. 현재 프로농구는 위기지만, 유소년 농구는 크게 부흥기를 맞고 있기 때문. 사진에 나온 유소년 농구 꿈나무들이 한국 농구에 새 기운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제3회 하나투어 전국 다문화&유소년 농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유소년팀 분당 썬더스와 다문화 농구팀 '글로벌 프렌즈'가 하나투어 지구별 여행학교 투어로 3일 일본을 방문해 후쿠오카 쿠루메 미즈마 종합체육관에서 일본 유소년 클럽팀과 친선교류전을 치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후쿠오카(일본 후쿠오카현)=이원만 기자wman@sportschosun.com

"우리 (김)선형이는 괜찮은 건가요?"



노(老) 지도자의 눈빛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한국 농구의 산실격인 인천 송도중학교에서 강동희 김승현 김선형 등 한국 농구의 기라성같은 가드들을 육성해낸 송기화 현 다문화농구단 글로벌 프렌즈 감독은 일본에 와서도 한국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에 가슴아파했다. 제자인 SK 김선형이 불법 스포츠도박 연루와 관련해 참고인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됐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송 감독은 "한국 농구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모르겠다"며 깊은 한숨을 연신 내쉬었다.

이런 비통함에 빠진 사람은 비단 송 감독 뿐만이 아닐 것이다. 굳이 농구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농구에 대한 애정이 있는 모든 국민들이 느끼는 심정이다. 바야흐로 한국 농구는 지금 최대의 위기에 빠져 있다. 전창진 전 인삼공사 감독을 시작으로 많은 농구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도박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위기야말로 한국 농구가 다시 한번 새롭게 일어설 계기라고 볼 수도 있다. 최악의 위기 상황을 계기로 그간 잘못된 관행이나 안일했던 의식을 전부 태워버릴 수 있는 격변의 시간을 맞이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농구연맹(KBL)과 현직 지도자, 선수들의 의식이 다 바뀌어야 한다. 넓은 의미에서 그 변화의 출발을 '뿌리 다지기'에서부터 시작해도 좋을 듯 하다.

송 감독은 지난 3일부터 자신이 이끄는 유소년 다문화 농구팀 '글로벌 프렌즈'를 이끌고 일본에 와 있다. 배재고 출신 금정환 감독이 이끄는 유소년 클럽팀 '분당 썬더스'도 동행했다. 이들은 지난 8월3일에 열린 '제3회 하나투어 전국 다문화&유소년 농구대회'에서 각각 다문화부와 유소년부 우승을 차지한 아이들이다. 폭넓은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는 하나투어는 유소년 농구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우승팀에게 일본 문화체험 및 교류전 기회를 줬다. 그 덕분에 어린 농구 꿈나무들은 일본 시모노세키와 큐슈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물론 일본 유소년 클럽팀과의 친선 교류전도 치렀다.

송 감독과 금 감독, 그리고 다문화 농구단의 출범과 하나투어 유소년 농구대회의 탄생을 이끈 한국 농구발전연구소 천수길 소장은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편으로 음지에서 한국농구 발전에 힘쓰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밤마다 현재 한국농구가 처해있는 현실을 두고 안타까워했다. 물론 농구계 중심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이들의 토론과 제안이 직접적으로 한국 농구계를 움직일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참고할 만한 내용은 상당히 많다.

특히 그 가운데 '유소년 농구 클럽 활성화'에 관한 내용은 한국 농구계가 다시 한번 음미해 볼만 하다. 뿌리가 없거나 약한 나무는 결코 크게 자랄 수 없다. 현재 한국 농구가 딱 그런 모양새다. 과거의 영화에 기대어 프로팀이 10개나 만들어졌지만, 생명력은 약하다. 관중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방송 중계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스포츠케이블채널은 다른 종목을 재방송할 지언정 프로농구 중계는 외면하는 현실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유소년 클럽팀을 이끄는 지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금 감독은 "우리 아이들은 농구를 밥먹는 것보다 좋아합니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프로경기를 보러가기도 해요. 전국에 이런 아이들이 모인 클럽팀이 부지기수입니다. 비록 엘리트 스포츠는 아니지만, 이런 아이들이 더 많아지고 그들이 농구장을 찾게만들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농구 인기가 훨씬 높아지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이 말의 핵심은 결국 '저변 확대'다. 프로야구가 현재 800만 관중을 돌파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어린이'와 '여성 관중' 그리고 '가족단위' 관중이 늘어나서다. 저변이 두터워진 덕분에 프로야구는 더 큰 생명력을 얻었다. 한국 농구도 이런 면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재 유소년 클럽팀이 상당히 활발하게 활성돼 있기 때문. 이 중에는 엘리트 스포츠선수 못지 않은 실력을 가진 농구 꿈나무도 많다. 이들을 새로운 생명력으로 품에 안고, 한국 농구발전의 뿌리로 삼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금 한국 농구는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지 않으면 남은 것은 패망의 길 뿐이기 때문이다.

시모노세키(일본 야마구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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