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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고 돔구장을 만든 사나이, 한국야구에 전하는 진심어린 조언 "야구장, 쓰는 사람이 지어야 한다"

김용 기자

입력 2024-07-25 14:58

수정 2024-07-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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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고 돔구장을 만든 사나이, 한국야구에 전하는 진심어린 조언 "야구…
21일 일본 홋카이도 에스콘필드에서 열린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 훈련. 미타니 히토시 닛폰햄 파이터스 부본부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홋카이도(일본)=사진공동취재단/2024.07.21/

[홋카이도(일본)=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야구장을 쓰는 사람들이 만들어야 합니다."



2024년 7월22일은 한국, 일본 야구에 뜻 깊은 날이었다.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의 홈구장 에스콘필드에서 양국 레전드 올스타들이 참가한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이 열렸다. 3만명의 관중 앞에서, 선수와 팬 모두 아름다운 추억 여행을 떠났다.

그에 앞서 KBO의 SSG 랜더스와 NPB의 닛폰햄이 손을 맞잡았다. 닛폰햄 파이터즈의 마케팅 자회사 파이터스 스포츠&엔터테인먼트(FSE)와 상호 업무 협약(MOU)를 체결한 것이다. 지난해 600억엔(약 5440억원)을 들여 새롭게 지은 에스콘필드의 노하우를 2028년 청라돔 완공을 목표로 하는 SSG에 전하겠다는 것이다.

이 두 행사의 중심에는 FSE 미타니 히토시 사업총괄 부본부장 역할이 컸다. SSG 권재우 마케팅팀 파트너와 함께, 양 구단의 교류를 이어오게 한 핵심 인물이다.

그리고 미타니 부본부장은 에스콘필드 건설을 진두지휘 하다시피 한 사람이기도 하다. 예술 작품과도 같은 야구장 구석구석,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한다.

미타니 부본부장은 에스콘필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에스콘필드를 보며, 아시아에 돔구장이 한 군데라도 더 생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레전드 올스타전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에스콘필드를 짓기 위해, 전 세계 수많은 돔구장과 야구장을 돌아다녔다고. 미타니 부본부장은 "우리 홋카이도 지역 특성상 돔구장은 필수였다. 그런데 천연잔디 구장을 만들고 싶었고, 개폐식 건축을 선택했다. 개폐식 지붕을 올리는 데 200억엔의 비용이 더 들었다고 보면 된다. 미국 메이저, 마이너 구장들을 모두 돌았다. 어느 한 곳을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각 구장마다의 장점을 모두 흡수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야 중앙 벽이 유리로 돼있는 것, 1루와 3루 양측에 똑같은 사이즈의 거대 전광판을 설치한 건 전 세계 통틀어 없는 사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타니 부본부장은 사실 경영학도 출신. 하지만 2004년 긴테쓰 버펄로스가 없어진다고 할 때, 구단이 사라지는 걸 막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야구단 프런트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리고 야구와 구단에 대한 애정이 혁신적인 경기장 건설로까지 발전돼 이어졌다. 이제는 야구장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전문성을 자랑한다. 미타니 부본부장은 "보통 야구장들은 원형 구조이지 않나. 그런데 건축학적으로 원형 건축물은 여러 방면 효율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에스콘필드는 직선 구조가 많다. 그렇게 되면 그라운드와 가장 먼 좌중간, 우중간에 있는 팬들도 선수들과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팬들이 좋아하는 홈런도 많이 나온다. 물론, 우리 닛폰햄 팀 홈런이 늘지 않는 건 문제이지만 말이다"라며 재치 있는 설명을 곁들였다.

미타니 부본부장은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찾아올 수 있게 만들었다. 20년, 30년을 함께 할 새로운 팬들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온천, 맥주, 어린이 등을 테마로 잡았다. 실제 입장해 야구를 보지 않는 팬들도 많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팬층을 넓게 할 수 있는 길이다"라고 밝혔다.

한국도 청라돔, 그리고 잠실돔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에스콘필드는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다. 미타니 부본부장의 조언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첫 번째는 야구장을 직접 사용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구장도 야구단이 야구장을 만들었기에, 이런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지금까지는 모기업, 지자체 중심이라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게 힘든 구조였다. 야구장에 생각이 들어간 건, 쓰는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실제 에스콘필드는 시설, 동선 모두 맡은 바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최고의 구조였다. 그게 선수든, 구장 직원이든, 미디어든 말이다.

미타니 부본부장은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100점을 노리면 안된다. 에스콘필드도 처음엔 70점을 목표로 했다. 우리도 계속, 쉬지 않고 팬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선하고 있다. 처음 100점으로 지어놓으면,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후속 대처가 가능한 자금적,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두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홋카이도(일본)=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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