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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타자'로도 MVP감인데 '투수' 포기할까? 106년전 "투타겸업 힘들다"던 루스[스조산책 MLB]

노재형 기자

입력 2024-05-21 23:55

수정 2024-05-2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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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타자'로도 MVP감인데 '투수' 포기할까? 106년전 "투타겸업…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8일(한국시각)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3회 투런홈런을 터뜨린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미국 최대 스포츠채널 ESPN은 지난 21일(한국시각) 주목할 만한 기사 하나를 게재했다.



제목은 '오타니 쇼헤이가 베이브 루스처럼 투수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타자로 그렇게 훌륭한가?(Is Shohei Ohtani too good of a hitter to pitch, like Babe Ruth?)'였다.

기사 내용은 짐작대로다. 기사를 쓴 브랫포드 두리틀 기자는 작년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오타니가 올해 타격에만 집중한 덕분에 OPS, 타율, 안타, 장타율 등 주요 공격 부문 1위를 달리며 강력한 MVP 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투수를 포기해도 되는 상황이 아니냐'에 관한 시각을 여러 인터뷰와 기록을 통해 다뤘다.

두리틀 기자는 오타니가 '지명타자로 역사에 남을 시즌을 보내고 있고', '투수를 포기하면 지명타자 말고도 외야수로 뛸 수 있으며', '투수를 고집할 경우의 폐해가 크며', '베이브 루스로부터 얻는 교훈이 무엇이냐' 등 4가지 주제로 나눠 논의를 진행했다.

내용 전부를 소개하기는 어렵고, 결론 부분서 주장한 내용을 옮겨 본다.

'오타니의 나이는 루스가 타자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보다 많다. 오타니의 주변 경쟁 환경은 루스 시대보다 훨씬 혹독하다. 오타니는 타격에서 더 성장할 부분이 있다고 해도 루스가 이뤄놓은 공격 수준에 도달하기 어렵다. 또한 오타니는 지금 타격 실력을 유지한다면 루스와 같은 어마어마한 성과를 낼 필요는 없다. 그는 그의 활약을 펼치는데 있어 몇 가지만 수정하면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오타니와 루스는 결국 하나의 최종적인 방향에서 연결될 것이다: 오타니도 명예의 전당에 루스 옆에 동상이 나란히 세워질 것이다. 쿠퍼스타운으로 가는 모든 야구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그런 동상이다.'

사실 100년을 사이에 둔 두 선수를 직접 비교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의미도 없다. 다만 오타니가 뛰고 있는 21세기의 야구가 루스가 활약했던 1910~1930년대와 비교해 경쟁이 치열하고 독보적 존재가 되기 힘들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즉 오타니가 통산 홈런과 WAR, OPS 등에서 루스의 수치에 접근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기사에는 루스가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투타를 겸하던 1918년 당시 인터뷰가 나와 있다.

"난 선수가 규칙적인 순서에 따라 투구를 하고, 다른 포지션에서 매일 경기를 뛰고, 매년 그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해 그렇게 하는 것은 괜찮다. 난 젊고 건강하기 때문에 그렇게 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오랫동안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투타 겸업이 힘든 일이기 때문에 20대인 지금은 하지만, 언젠가는 하나를 포기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루스는 그 해 타자로 95경기에서 타율 0.300(317타수 95안타), 11홈런, 투수로 20경기에서 13승7패, 평균자책점 2.22를 기록했다. 투수만 하다 투타 겸업을 본격화한 시즌이다. 당시 루스의 나이는 23세였다. 올해 30세인 오타니보다 5살이 어렸다.

그리고 1919년에는 타자로 출전 기회를 늘려 130경기에서 타율 0.322(432타수 139안타), 29홈런, 투수로는 17경기에서 9승5패, 평균자책점 2.97을 마크했다. 보스턴에서 마지막 시즌이었다.

거포 변신에 성공한 루스는 1920년 뉴욕 양키스로 옮기면서 날개를 달았다. 양키스에 입단한 뒤 "타자에 전념하라"는 밀러 허긴스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루스는 그 해 라이브볼 시대(live-ball era)의 출범과 함께 54홈런을 때리며 전설적인 홈런타자로 메이저리그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루스의 1918년 인터뷰를 들여다 보면 그는 당시 투타 겸업을 꺼렸던 것으로 보인다. 체력적으로 두 배는 힘든데, 그렇다고 연봉을 두 배를 받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타니는 입장과 환경이 전혀 다르다. 투타 겸업은 오타니가 고교 시절부터 꿈꾸고 단련한 '천직'이다. 연봉은 이미 두 배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다저스와 맺은 10년 7억달러, 즉 연평균 7000만달러의 연봉에는 투타 겸업의 가치가 담겨 있다.

MLB.com이 21일 발표한 MVP 모의투표 결과 오타니는 43명의 패널 중 18명으로부터 1위표를 받아 2위에 랭크됐다. 동료인 무키 베츠가 1위표 23개로 1위였다. 그러나 5월 이후 활약상을 놓고 보면 오타니가 베츠를 따라 잡는 건 시간 문제다.

이날 현재 오타니는 타율 0.353(190타수 67안타), 13홈런, 33타점, 37득점, 11도루, 출루율 0.424, 장타율 0.653, OPS 1.077, 124루타를 마크 중이다. 양 리그를 합쳐 타율, 안타, 장타율, OPS, 루타 1위다.

MLB.com은 '오타니는 토미존 수술을 받아 올해 투수로는 던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게 생애 세 번째 MVP를 향한 그의 강력한 도전을 막지는 못한다. 공격력이 커리어 하이를 향하고 있다. 홈런과 도루가 모두 두 자릿수인 선수는 오타니 밖에 없다'고 했다.

올해 내셔널리그로 옮긴 오타니는 MVP에 오른다고 해도 투수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는 지금 피칭 재활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시즌 막판에는 실전서 던질 생각도 하고 있다고 한다. 루스와는 투타 겸업에 대한 개념이 사뭇 다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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