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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서 있는 게 감독 아냐" 지도자 경험 無→KBO '역대 8번째' 기록…사령탑도 성장한다, '국민타자'가 '국민감독'으로

이종서 기자

입력 2024-05-2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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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서 있는 게 감독 아냐" 지도자 경험 無→KBO '역대 8번째' …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경기. 경기를 지켜보는 두산 이승엽 감독.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5.18/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시행 착오가 많았습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 18일 잠실 롯데전 8대3 승리로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두산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 감독은 '파격'이었다. 현역 시절 두산과 인연이 전혀 없었고, 은퇴 이후 코치 등 지도자 경험도 없었다.

우려와 기대 속에 이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22년 9위였던 두산을 5위로 끌어 올렸다. 전반기 3위를 달리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완벽하게 지우며 연착륙 했다. 시즌 막판 마무리가 좋지 않아 5위로 떨어졌지만, 이 감독 부임 당시 제시한 1차 목표인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올 시즌 두산은 다시 한 번 힘을 내고 있다. 48경기에서 26승1무21패. 순위는 6위지만, 3위 NC 다이노스(25승1무19패)와는 단 0.5경기 차. 7위 키움 히어로즈(18승26패)와는 6.5경기 차로 앞서 있다.

경기 후 이 감독의 100승 축하 행사가 열렸다. 이날 야구장을 방문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꽃다발을 전달했다. 선수단은 준비한 케이크를 이 감독에게 안겼다. 케이크에는 이 감독이 평소에 자주 쓰는 말인 '나이스 게임'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이 감독은 "100승은 크게 신경 안 쓰였다. 그런데 갑자기 꽃다발을 전해주시니 와 닿더라"라며 "회장님이 직접 꽃다발을 전해주셔서 깜짝 놀랐다. 회장님께서는 야구에 대한 관심이 많으시다. 항상 지켜본다는 생각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직접 전해주시니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감독의 100승은 베어스 역대 7번째 기록. 앞서 김성근 윤동균 김인식 김경문 김진욱 김태형 감독 등 6명이 달성했다.

현역 시절 467개의 홈런을 쳤던 역대 최고 거포 이 감독은 KBO리그 역대 8번째로 '선수 100홈런-감독 100승'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김성한 이순철 한대화 이만수 김기태 김한수 박진만 감독이 앞서 이뤄낸 기록이다.

사령탑으로서도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이 감독. 조금 더 무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첫 해에는 시행 착오가 많았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요구하는 게 감독 자리이고, 그냥 서 있는 게 감독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지난해 정말 큰 공부를 했다"며 "지금도 조금 더 완벽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내가 갖고 있는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메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그게 잘 될지 안 될지는 밖에서 판단하시는 거다. 난 그저 우리 팀 선수들과 좋은 분위기 속에서 좋은 경기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달라진 이 감독은 최근 경기에서도 보여졌다. 시즌 초반 선발진 이탈에 과감하고 빠르게 투수진 교체를 하며 승가를 잡아갔다. 불펜 피로도가 높아진다는 비판도 있지만, 선발 알칸타라와 불펜 정철원 등이 돌아오면 마운드에 숨통이 트일 수 있는 만큼 과감한 초반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16일 광주 KIA전에서도 주중 경기였지만, 마운드 총력전을 펼쳤다. 지난해 11연승을 달리다 연패에 빠지는 등 뼈 아픈 추락을 겪은 만큼,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이 감독은 "작년에도 연승하고 롯데전부터 안 좋았던 것 같다. 16일 KIA전에서 투수를 무리하면서 쓴 이유도 연패가 길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또 시즌 초반 연장 끝내기 패를 많이 당했기 때문에 그걸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겼으면 좋았겠지만 다행히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가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우리 팀이 그만큼 강해졌다고 본다. 그날이 분수령이었다. 지난해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연패를 빨리 끊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지향하는 모습은 '선수와 함께'다. 이날 세리머니에서 나왔다. 선수단이 케이크를 얼굴에 묻히기를 주저하자 오히려 이 감독이 "들어와라"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감독은 "지도자는 제자와 스승보다는 한 팀에 소속된 사람으로 선수들과 지내고 싶다. 장단점이 분명히 있겠지만, 나는 그런 걸 추구한다"고 이야기 했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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