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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1,2루 찬스인데... 번트도 슬래시도 통하지 않는다. 점점 벽이 높아지는 '염갈량 시프트'[잠실 포커스]

권인하 기자

입력 2024-04-0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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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1,2루 찬스인데... 번트도 슬래시도 통하지 않는다. 점점 벽이 …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 LG의 경기, 7회초 무사 1,2루 NC 서호철 타석때 2루주자 박민우가 3루 도루를 실패하고 있다. LG 3루수는 문보경.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4.04/

[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LG 트윈스전에서 화제가 된 장면은 바로 NC 서호철에게 온 세 번의 무사 1,2루 찬스였다. 7-7 동점인 상황에서 7회초, 9회초, 11회초에 서호철에게 무사 1,2루 기회가 왔는데 서호철이 세번 모두 실패하며 결국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끝내 11회말 구본혁의 끝내기 안타로 LG가 8대7로 승리했다.



LG 염경엽 감독도 다음날 "그 세 번의 무사 1,2루에서 한번이라도 1사에 주자가 3루에 갔다면 우리가 지지 않았겠나"라며 "그때 잘 막은 것이 승리의 원인이었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때 무사 1,2루에서 서호철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 염경엽 감독이 직접 만들었다는 'Y시프트'다. 무사 1,2루에서 하는 50%, 100% 번트 시프트 사이, 번트와 슬래시를 모두 막는다는 뜻으로 75% 시프트로도 불린다.

'Y시프트'는 타자의 움직임을 보고 수비수가 이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타자가 치는지 번트를 대는지를 확인하고 수비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염 감독은 "현대 시절 프런트 때부터 고안을 했고, 직접 선수들의 위치에 따른 시간을 재서 만든 시프트다"라면서 "수비수가 먼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공격하는 벤치에서 먼저 결정을 해야 한다. 오히려 공격하는 쪽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라고 했다.

7회초에서 서호철은 번트 모션을 취했다가 방망이를 걷어들였고, 이때 1,2루 주자가 도루를 시도했다. 그러나 포수 박동원의 정확한 3루 송구에 2루 주자 박민우가 태그 아웃. 당시에 서호철이 사인 미스를 한게 아닌가 하는 얘기가 많았다.

염경엽 감독은 이를 Y시프트를 깨기 위한 NC의 더블 스틸 작전으로 봤다. 서호철이 번트 모션을 취하고 있으면 1루수와 3루수가 뛰어들어올 것이고 갑자기 방망이를 빼면 수비수들은 멈출 수밖에 없게 된다. 그사이 3루는 비게 되고 더블 스틸을 시도하면 무혈 입성이 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3루수 문보경은 이상하게 홈으로 뛰어들지 않았고, 3루를 지키며 도루를 저지할 수 있었다. 염 감독은 "상대의 더블 스틸에 대해서도 대응이 된다"라고 했다.

9회엔 서호철이 번트를 시도했다. 허나 잘 대야 한다는 부담감에 타구가 높이 떴고, 박동원의 허슬 플레이에 잡히고 말았다. 11회초엔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를 시도했으나 2루수앞 땅볼이 되며 병살타가 됐다.

5일 KT 위즈도 LG의 'Y시프트'에 막힐 뻔했다. 3-3 동점이던 5회초 무사 1,2루서 9번 김상수가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를 했는데 우측으로 떠서 날아갔다. LG 우익수 홍창기에 잡히는 타구로 보였는데 갑자기 홍창기가 만세를 불렀고 공은 홍창기의 머리 위로 날아가 2타점 3루타가 됐다. 타구가 조명에 들어가는 바람에 홍창기가 공을 놓치고 만 것.

지난 3월 26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서도 LG는 7회초 무사 1,2루의 위기에서 김지찬의 번트를 투수 이우찬이 잡아 3루로 정확히 뿌려 아웃시키면서 분위기를 바꾸는데 성공했고, 실점없이 넘기면서 결국 4대3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염 감독은 "지난해 이 시프트로 3루에서 아웃 시킨 횟수를 셌더니 23번이나 됐다"면서 "그냥 평범하게 번트 대주고 1사 2,3루를 주지 않는다"라고 했다.

무사 1,2루라는 천금같은 기회에서 강타자가 아니라면 작전을 펼쳐야 하는데 LG와 만난다면 이제 무사 1,2루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작전을 실패하면 분위기가 오히려 LG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겨주는 것.

그리고 이제 LG의 'Y시프트'는 야구팬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야구팬들도 이제 무사 1,2루가 되면 'Y시프트'를 유심히 보게 될 것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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