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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만 하다 생각" "철저히 코너워크 해야" 이게 류현진이 처한 '냉정한' 현실이다

김용 기자

입력 2024-04-08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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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만 하다 생각" "철저히 코너워크 해야" 이게 류현진이 처한 '냉정…
충격적인 9실점 경기. 5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역전을 내준 류현진.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우리가 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2024 시즌 KBO리그 시즌 초반 최대 화두. 단연 류현진과 한화 이글스다.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호령하던 류현진이 12년 만에 전격 국내 복귀를 선언하자, 리그 전체가 요동쳤다. 잘하면 5강이라던 한화가 우승 다크호스로 뽑히기도 했다.

8년 170억원 투자, 실제 류현진 효과는 엄청났다. 류현진은 LG 트윈스와의 개막전, KT 위즈와의 홈 개막전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류현진 보유팀'이라는 자신감 속에 후배들이 힘을 냈다. 류현진이 던진 개막전 패배 후 무려 7연승. "한화가 달라졌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한화는 5,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첫 연패를 당했다. 연패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5일 선발로 나선 류현진이 최악의 피칭을 하고 말았다는 점이다. 원래 4일 롯데 자이언츠전 등판 예정이었지만, 비로 일정이 밀렸고 하루 더 휴식을 취했기에 좋은 투구가 예상됐다. 실제 4회까지는 완벽했다. 하지만 5회가 악몽이었다. 5타자 연속 적시타, 7타자 연속 안타라는 굴욕을 맛보며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을 기록했다. KBO, MLB 통틀어 프로 커리에서 한 경기 가장 많은 실점을 한 기록으로 남게 됐다. 종전 기록은 2012년 7월18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 8점이었다.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8.46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사실 전조증상은 있었다. LG전은 패전이었고, KT전도 6이닝 2실점으로 잘 버텼지만 안타를 8개나 맞았다. KT 타선 집중력이 떨어졌을 뿐. KT전, 키움전 패턴이 비슷하다. 초반에는 압도를 하지만, 투구수가 60~70개가 넘어가면 결정타를 허용한다. 나이도 이제 곧 40세고, 계약 문제로 시즌을 온전히 준비하지 못한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류현진은 팔꿈치 수술을 받고 돌아온지 얼마 안된 투수이기도 하다.

류현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한화 최원호 감독, 그리고 키움전 류현진을 직접 상대한 이형종의 말에 류현진의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힌트가 있다.

최 감독은 "몰리는 공이 많으니 집중타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투구수가 늘어나니 구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묻자 "구위보다는 공교롭게도 그 투구 수에 맞물려 몰리는 공이 급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LG전 150km 강속구를 뿌렸지만 제구가 흔들렸다. 그러자 KT와 키움전은 구속을 줄이는 대신 제구와 경기 운영으로 승부 패턴을 바꿨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지자, 그 정교함이 사라졌다. 최 감독은 "류현진은 소위 말하는 '볼질'을 하는 투수가 아니다. 다른 투수들은 초구에 볼을 던지면, 위축이 돼 제구가 흔들리는데 류현진은 그럴 스타일이 아니다. 초구 볼이 나오더라도, 철저하게 코너워크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세월이 흐른만큼, 무턱대고 정면 승부를 하면 '천하의 류현진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됐다.

키움 이형종은 류현진을 만나 볼넷 2개를 얻어냈다. 류현진이 내려간 후 올라온 김서현이 상대한 첫 타자가 이형종이었는데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었다.

이형종은 류현진과의 승부를 돌이키며 "사실 처음에는 대투수라 '쫄고' 들어갔던 부분이 있다. 실제 커브 등 브레이킹볼이 너무 좋았다"고 말하면서도 "2번 정도 상대를 하니 '이 정도면 우리가 해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좌투수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류현진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직접 상대해봤을 때 구위 등이 아예 못칠 공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표본들이 쌓이면, 앞으로 류현진을 상대할 다른 팀 타자들도 주눅 들기보다,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다. 한화가 류현진에게 기대하는 건 15승, 20승이 아니라 그가 등판할 때 팀이 이기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연승은 이어주고, 연패를 끊는 에이스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가 류현진을 무서워해야 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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