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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무릎 꿇고 마지막 홈런쳤던 '천재 타자'. 요미우리 육성코치로 지도자 수업중. "한국야구에 기여하는 지도자가 꿈"[무로이 칼럼]

권인하 기자

입력 2024-04-0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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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무릎 꿇고 마지막 홈런쳤던 '천재 타자'. 요미우리 육성코치로 …
박석민 요미우리 자이언츠 육성 코치. 사진제공=무로이 마사야

작년 10월 말, 20년의 선수생활 동안 통산 269홈런, 1041타점을 기록한 타자가 조용히 은퇴를 선언했다. 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에서 활약한 박석민(38)이다.



그는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육성코치로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역시절의 박석민은 예측 불가능한 타격이 매력중 하나였다. 쉽게 말하면 '천재적인 감각을 보유하는 타자.' 그의 현역 마지막 홈런도 박석민 다운 한방이었다.

2023년 4월 12일 KT 위즈전. KT 선발 고영표를 상대로 2타수 무안타를 기록 중이던 박석민은 3번째 타석 때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타석에 들어갔다. 체인지업 2개로 2스트라이크가 된 3구째, 바깥쪽 낮은 코스로 온 커브를 박석민은 무릎을 꿇고 손목을 부드럽게 이용해 스윙했다. 아주 어려운 자세로 쳤는데 타구는 멀리 날아 좌측펜스를 넘어갔다.

요미우리의 훈련장인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장에서 만난 박석민은 그 때 그 타석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1,2 타석 때) 왼손 손목이 들어가는 느낌이 안 들어서 감을 잡으려고 장갑을 벗었습니다. 낮은 커브는 그냥 눈에 보여서 쳤던 것 같습니다."

박석민에게 '천재' 라는 단어를 꺼내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박석민은 "어떤 공이라도 맞힐 수 있는 컨택트 능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고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쳐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스트라이크든 볼이든 치는 것이 단점이었습니다"라고 자신의 타격 스타일에 대해 말했다.

은퇴한지 약 6개월. 박석민은 현역시절에 후회가 있다고 한다.

"조금 더 노력했으면 잘 하지는 않아도 에이징 커브를 조금 더 뒤로 늦출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솔직히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박석민이 현재 배우고 있는 지도자 직무는 선수가 후회 없이 야구인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역할 중 하나다. 박석민은 요미우리 선수들을 보면서 노력의 방법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

"티 배팅을 봐도 앞에서만 던지는 게 아니라 옆에서, 뒤에서 등 여러 방법으로 하는 걸 인상 깊게 보고 있습니다. 또 2군 선수와 1군 선수의 훈련에 임하는 자세 차이도 느꼈습니다."

그런 박석민의 하루 하루를 보고 있는 요미우리 구단직원은 "박 코치는 항상 누구보다 아주 정중하게 인사를 해주십니다"라고 한다. 타자로서는 천재파였지만 코치로서는 노력파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석민은 향후의 계획에 대해 "일단 여기서 잘 배워서 많이 물어보고, 앞으로 한국야구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은 게 꿈입니다"라고 말했다.

재능과 노력. 그 양쪽의 조화가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박석민은 이 사실을 실감하면서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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